오늘은 익숙하지만 편하지 않은 사람들을 만났다.
시간은 오래됐지만, 마음이 깊지 않은 관계들.
자연스럽게 웃고 떠들었지만,
속으로는 자꾸만 말끝을 다듬고, 표정을 조심스럽게 고쳐야 했다.
그런 자리였다.
서로 잘 안다고 생각하면서도,
사실은 한 발짝도 가까워지지 못한 사람들.
명함은 이미 오래전에 주고받았고,
분기마다 밥을 먹고 안부를 묻는 사이였지만—
여전히 조심스러웠고, 여전히 거리감은 남아 있었다.
웃는 얼굴 사이로
말 없는 긴장들이 조용히 흘렀다.
익숙한 이름들을 부르며 인사를 나눴지만,
진짜 내 마음을 묻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결국,
나는 오늘. 단골 술집으로 향했다.
누구에게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나만의 자리.
말없이 잔을 채우고, 조용히 병을 열었다.
혼자 마시는 술은
이상하리만큼 따뜻했다.
누군가와 셋이, 다섯이 함께 마셨을 땐 느낄 수 없었던 편안함이
이 짧은 고요 속엔 분명히 있었다.
그 한 병은 참 빨리도 사라졌다.
딱 한 시간
그 짧은 시간 안에,
나는 오늘 하루를 다 씻어낼 수 있었다.
오랜 시간 함께 있었던 사람들보다,
이 술 한 병이
오늘의 나를 더 잘 알고 있었다.
역시, 퇴근 후 술 한 잔.
사람 사이의 어색함을 정리하고
진짜 내 자리에 돌아오는 데엔 이만한 게 없다.
오늘도 그렇게, 나는 나로 돌아오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