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르담 페르소나 글쓰기>
흔히들 삶을 표현할 때 무언가 무거운 것을 이고 가는 모습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그것을 '짐'이라 말한다. 무릇, 삶엔 짐이 있다. 짐을 지고 가는 모습이 사뭇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짐은 누가 준 것인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그 무게가 상당한 것을 우리는 왜 짊어져야 하는가.
무겁게 둘러업은 짐 속엔 수많은 숙제가 있다.
누가 준 짐인지 모르니, 숙제 또한 누가 줬는지 모른다. 숙제 검사를 맡아야 하는데, 그게 누구인지 모르겠다. 숙제가 제대로 된 것인지, 그것이 정답인지 아닌지는 스스로의 몫이다. 삶이 암담한 이유고, 모호하기 짝이 없는 사유다.
어쩌면 숨 쉬는 그 자체가 숙제일는지 모른다.
아니, 분명 그렇다. 숨 쉬는 것은 공짜가 아니다. 무언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것이 돈이든, 감정이든, 짐을 짊어지고 가는 수고든. 무엇 하나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서 알 수 없는 숙제를 하는 부단한 마음들은 오늘도 각자의 삶을 꾸린다.
이처럼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은 숨 쉬기의 현장에서, 그나마 내게 중심을 선사하는 어느 한 가지가 있다.
바로 '글쓰기'다. 글을 쓸 때 나는 꽤 많은 숙제를 해치운 느낌이다. 삶엔 정답이라는 게 없다는 걸 알지만, 정답에 가까운 무언가가 하나 있다면 나는 그것이 글쓰기라는 확신을 가진다. 사실, 세상 어디에도 정답은 없다는 것을 알려준 게 글쓰기다. 글을 쓰며 알았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것을.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렸다는 것을. 고로, 정답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으며 그동안 정답을 찾아 헤맨 삶이 나에겐 짐이 되었다는 것을.
대개의 정답은 내 것이 아니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기준과 잣대에, 내가 부응치 않으면 자책하던 도구가 바로 '정답'이라는 개념이었고 이제 나는 글을 씀으로써, 그러니까 나 스스로를 제대로 돌아보게 되면서 정답보다는 나만의 해답을 찾는데 열중한다.
숙제는 나를 귀찮게 하는 무엇이지만, 때로 숙제를 하다 보면 배우고 깨닫는 게 분명 있다.
숙제의 본질 아닌가. 숙제를 귀찮게 여기는 태도가 정답에서 멀어진 마음이다. 도움이 된다고 믿으며 하는 숙제는, 내가 알지 못했던 지식과 지경을 넓혀주는 톡톡한 역할을 한다.
그리하여 나는, 글쓰기란 아주 행복한 숙제라고 말한다.
이것은 내가 스스로에게 선사하는 숙제다. 나만의 길을 찾기 위해선 필수불가결한 숙제.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아니 억지로 하더라도 분명 남는 게 있는 숙제.
숙제 검사는 살아가며 나 스스로에게 하는 것으로.
'참 잘했어요'란 도장도 스스로에게 찍어 주는 것으로.
도장을 많이 받으려면.
잘 살아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또 하나의 글을 쓰면 될 것이다.
숙제도 하지 않고, 도장을 바라는 건... 정답이 아니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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