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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09. 2024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곳엔

<스테르담 철학관>

산이나 전망대에 오르면 뭔가 모를 고요함이 느껴진다.

뭐 그렇게 아등바등 살았을까. 적막함 속에 작게 들려오는 자동차 경적 소리. 도로에서 들었다면 화가 머리끝까지 올랐겠지만, 높은 곳에서 듣는 그 소리는 애교와 같아 마치 어린아이 신발에서 나는 앙증맞은 삑삑이 소리 같다.


빌딩 숲 속 사무실.

나는 저기서 얼마만큼의 에너지를 발산하고 소비하는가. 사람들과의 아웅다웅했던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한적하다. 총질과 난투극에 버금가던 사내 정치와 업무의 난제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무엇보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곳엔 사람이 없다.

어쩌면 이것이 가장, 높은 곳에서의 고요함을 만들어내고 완성하는 하나의 조건이 아닐까 한다.


사람 없는 세상.

타인 없는 세상.

적이 없는 세상.


어떠할까.

어떤 곳일까.

어떤 삶이 펼쳐질까.


사진앱의 매직 지우개처럼, 누군가를 지워버릴 순 없는 걸까.

사람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오르고 올라야 할까.


그래봤자, 나도 사람인 것을.

사람 없는 세상을 꿈꾸는 그 자체가 우습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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