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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

<스테르담 심리 에세이>

by 스테르담

사람은 과거를 착각하고, 현실을 회피하며,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다.

시간과 감정이 뒤섞이다 보면 정체성을 잃을 때가 있다.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 무얼 해야 하는지.


괜스레 지금까지 해온 게 부질없어 보이고, 지금은 무작정 방황하는 못난 모습을 매일 마주하고.

사방은 어둡고 마치 터널에 갇힌 것 같은 느낌. 터널의 길이는 가늠할 수 없고, 어둠의 정도를 어찌할 수 없으니 조급함만 커진다.


앞이 보이지 않고.

길이 없어 보일 때.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삶에는 관성이 있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내가 해온 것이 무엇인지를 돌아봐야 한다. 심리학엔 '터널링(Tunneling)'이란 용어가 있다. 인지 편향(Cognitive bias)의 한 형태로, 특정 대상이나 목표에만 주의가 좁게 집중되어 주변의 다른 중요한 정보나 가능성을 놓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조급함,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두려움에 갇히는 건 누가 부여한 터널이 아니다.

길이 없다고 느낄 땐, 내가 누군지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 길을 가는 것은 바로 나다. 길을 만드는 것도 나다. 길의 끝에서 주저앉는 것도 나이고, 시작할 자신이 없어하는 것도 바로 나다.


하여, 나는 길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 나 자신을 먼저 돌아본다.

나는 무엇을 해왔는가. 내가 해야 하는 건 무엇인가. 길이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는 건, 스스로 어둡고 긴 터널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사실, 길은 필요 없다.

내가 하던 걸 계속하면 된다.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을 손 놓아버리고 길이 없다고 보채는 경우가 꽤나 많다. 묵묵히, 할 일을 하면 된다. 날아오를 필요도 없고, 힘들게 길을 개척할 필요도 없다.


'자아'를 잃지 않고,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번갈아가며 하다 보면.

무언가 결실이 맺힌다. 성공도 따른다. 실패 또한 배움이 된다. 그리고 돌아보면, 행적과 족적이 보이는데 사람들은 그걸 '길'이라 말한다.


삶은 누군가 부추기는 앞으로의 나아감이다.

이왕 나갈 거라면, 길에 대한 집착은 버리는 게 좋다.


앞으로 펼쳐질 길은 없다.

길은 돌아볼 때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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