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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선택이 아닌, 발견.

<스테르담 심리 에세이>

by 스테르담

누군가 나에게 '행복'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행복은 선택이 아닌 발견이다.'라고 말할 것이다.

'행복'은 늘 삶의 고민거리다. 단어 그 자체론 좋은 뜻인데, 어쩐지 나는 이것 때문에 더 그러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행복은 모순 덩어리여서 행복을 느꼈더라도 누군가의 그것이 더 커 보인다면 이내 나의 행복은 꽤 초라하게 쪼그라든다.


이것이 행복의 상대성이라면, 행복의 시간성에 대해서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행복은 '순간'이다. 말 그대로 '찰나'다. 대개 행복은 '기분'으로 가늠된다. 기분이 좋으면 행복한 것이고, 행복할 때 우리의 기분은 '좋다'라고 표현한다. 어쩌면 '좋음'의 최상급을 표현하기 위해 '행복'이란 단어가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


묻겠다.

'기분'이 영속한 적이 있는가. 그러하지 않다. 변덕스러운 날씨와 같다. 고정적이지 않으며, 나도 모르게 기분이 바뀌고, 심지어는 기분이 태도가 되기도 한다. 삶의 요소요소에서 큰 실수를 하거나, 나도 몰랐던 내가 튀어나와 사고를 치는 것은 '기분'의 불안정함 때문이다. 이토록 불안정한 '기분'에 깃드는 것이 '행복'이니, '행복'은 순간에 머무르며 우리를 위해 그렇게 오래 기다려 주지 않고 떠난다.


그런데 우리에겐 못된 버릇 하나가 있는데, 우리는 순간 사라지는 행복을 붙잡으려 한다는 것이다.

붙잡으려 하면 할수록, 공허와 미련만이 남는다. 어떻게 하여서든 그 행복을 재현하려 하는 것도 안쓰러운 버릇 중 하나다. 어느새 생겨버린 '역치'는 이전의 행복이 지금 행복의 정도를 보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또 한 번 허무해지는 마음은, '행복'을 추구하지만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게 하는 악순환 속으로 우리를 밀어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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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행복'과 '허무함과 미련'이라는 사이 속 방황은 끊임이 없다.

이러한 가운데 수많은 행복에 관한 지론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나는 면면의 그것들을 존중한다. 행복은 상대적인 것이며, 내가 정의하는 행복의 안정도가 누군가에게는 불안정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분을 조절하고, 마음을 다스리면 행복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부정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크게 동의하지 않는다. 연습도 해보고, 실제로 행복을 선택해 본 적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그리 자연스럽지가 않았다. 행복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감정에 솔직해야 하며, 기분에 좌우되어 봐야 균형을 맞출 수 있다.


하여, 이제 내게 행복은 '발견'이다.

아, 내가 행복한 상황에 있구나. 그러하지 않은 상황에 있구나. 행복한 나도, 그러하지 않은 나도 괜찮구나. 행복을 발견하면 발견한 대로, 붙잡으려 하지 말고... 내 갈 길 가는 것으로. 행복에 목메지 않으면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행복해야 한다는 당위도 내려놓게 된다. 내려놓으면 한결 가벼워지는 건 내 마음이다. 가벼워진 마음엔 행복한 기분이 깃들 자리가 좀 더 나게 된다.


행복을 선택한다는 건 때론 오만이다.

그저 있는 행복을 지나가다 우연히 발견하는 것. 그 연습을 하다 보면, 있는데도 보지 못하고 지나간 수많은 행복들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행복해도, 그러하지 않아도 괜찮다.

안 괜찮아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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