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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Aug 16. 2018

인피니티 스톤

우리를 구해줄 어벤저스는 누굴까?

타노스가 손가락을 튕겼을 때 난 직장인을 생각했다.

직업병이지 싶다. 직업을 묻는 란에 '직장인'이라고 아무 고민 없이, 그것을 고스란히 써넣으니 크게 놀랄 일도 아니다.


사라져 가는 지구와 우주의 생명체들. 그리고 회사의 규모나 성쇠에 다라 요동하는 직원 수.

개체수를 문제 삼아 그것을 줄여나가는 여정이 소스라치게 겹쳐 보였다. 누군가의 손가락 지시 하나면, 10만 명의 직장인 개체수는 충분히 5만 명이 될 수 있다.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도 있고, 생산지 이전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내가 몸 담고 있는 회사는 몇 년 전, 각종 경비 시스템을 구축하고는 사람들을 대규모로 줄인 적이 있다. 누군가 해주던 일을 내가 하게 되면서, 나와 시스템은 열일을 하게 되었고 사람은 여지없이 줄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건틀릿을 가진 사람은 직장 내에 분명 존재한다. 직장인으로서 회의를 느낄 땐, 바로 그들에 의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휘둘릴 때다. 영화에선 사라지면 그만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리 가라고 하면 이리 가고, 저거 하라면 저것을 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먼 이국 땅으로 발령이 나면, 가족들의 안위가 걱정되지만 우선은 함께 나가야 한다. 그리고 언젠가 회사의 개체수를 줄여야 할 땐, 안심하지 못할 존재가 될 것이다.


그런데, 직장 생활을 지속하다 보니 내 의사 결정에 의해 요동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 나도 모르게 몇 개의 인피니티 스톤을 가지고 있나 보다. 어쩌면, 최종 목표는 인피니트 스톤이 꽉 찬 건틀릿을 가지고, 나는 사라지지 않는 것일지 모른다. 직장 생활은 '아생연후'니까.


개인과 회사는 '생존'이라는 공통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생존법은 다르다. 개인은 언제나 약자다. '인재'로 불리거나 '개체수'로 불리는 건 한 끝 차이다. HR (Human Resource)도 무서운 말이다. 우리는 자원...'자원'인 것이다.


사라져 가는 개체수를 보며 타노스는 행복했을까.

줄어든 임직원 수를 보며 회사의 높은 자리에 있는 누군가는 안도했을까.


우리를 구해줄 어벤저스는 과연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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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모음]

'견디는 힘' (견디기는 역동적인 나의 의지!)

'직장내공'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며 일하기!)

'오늘도 출근을 해냅니다' (생각보다 더 대단한 나!)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이 땅의 모든 젊음에게!)

'진짜 네덜란드 이야기' (알지 못했던 네덜란드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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