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처럼 엄마처럼
좋은 남자 만나면 딸처럼 살고, 나쁜 남자 만나면 엄마처럼 산다는 말이 있다.
나는 늘 말하고 다녔다.
아주 가난한 홀아비가 유치원 다니는 딸만큼은 공주처럼 키우려 하는데
그게 바로 내 남편이라고.
돌아가신 엄마가 옆에 있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자랑 끝에 쉬쓸른다."
맞다. 명언 제조기 엄마말이 맞았다.
나는 이제 늘 말한다.
유치원 보내놓고 마음 졸이는 엄마가 된 것 같다고.
아버지 같던 남편은 아이가 되었고
딸 같던 나는 엄마가 되었다.
너 한 번 나 한 번 사이좋게 역할이 바뀐 것이다.
장담하건대, 치매가 아니었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남편이 알츠하이머가 될 줄 꿈엔들 알았겠는가.
좋은 남자도 나쁜 남자가 될 수 있다는 걸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래도 내가 버티고 사는 건 남편의 노력 때문이다.
나쁜 남자로 밀려나지 않으려는
끝까지 좋은 남자이고 싶어 하는
그 애씀을 날마다 보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