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할아버지 제발요
산타클로스의 존재에 대해
누구는 유치원 때 누구는 초등학교 때 알았다고 한다.
그렇다.
뭐든지 늦된 나는,
무려 열세 살 겨울 방학 때 절실하게 믿어댔다.
그전까지 산타할아버지 자체에 관심도 없었다.
뭐...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어서 그랬을 것이다.
그러다 tv에서 캐럴도 듣고 코미디도 보면서
밤사이 머리맡에 선물을 주고 가나보다 막연히 생각했었다.
하나 확실했던 건
그 선물은 아마도 랜덤일 것이라는 것.
그래서 나는 산타할아버지보다는
'랜덤'을 빌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오늘 밤 내 머리맡에 선물이 있을지도 몰라.
아침에 일어나면 아무거라도 좋으니 뭔가 있었으면 좋겠다.
간절히 빌면서 잤다.
내가 어린이였을 때 크리스마스 관련해서
한 번도 선물이란 걸 받지 못하고 지나갔다.
오히려 어린 시절을 끝내고 나서
친구들을 사귀면서 애인들을 사귀면서
본격적으로 '주고받았다.'
그리고 결혼해서는 3년 전까지, 해마다 받았다.
3년 전까지 남편은 해마다 나한테 카드를 썼다.
생일에 결혼기념일에 크리스마스에.
남편의 치매가 시작되면서 카드는 끝이 났었다.
알츠하이머가 이런 거구나 싶었다.
그런데 올해, 남편의 카드를 보았다.
그렇다. 받은 것이 아니라 본 것이다.
아니, 정확히는 찾았다.
남편이 취미반에서 만들어 온 카드였다.
어린이집 갔다 온 아이의 가방을 뒤지는 엄마처럼
나도 남편의 가방을 살핀다.
오늘은 뭘 배우고 왔나...
그러다가 찾아낸 카드였다.
누가 봐도 남편이 쓴 것이 맞다.
치매라지만 25년 한결같은 형식과 내용은 어쩜 이렇게 변함이 없을까.
그렇다.
나는 25년 동안
카드라 쓰고 반성문이라 읽히는 쪽지를 받아왔다.
"나 때문에 고생 많았지? 내년에는 더 잘할게."
식상하지만 한결같은 남편의 멘트가 돌아왔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다.
산타할아버지
뭘 주러 오지 말고 뭘 가져가 주세요.
남편의 치매를 떠 메고 가 주세요.
간절히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