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은 뱀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누군가는 밀어붙였고, 누군가는 틈을 파고들었다.
지금이야 애플리케이션으로 몇 번의 클릭이면 기차표를 구할 수 있지만, 약 15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 기차표를 예매하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기차는 대륙 전역을 연결하면서도 가격이 저렴했기에, 유학생이던 나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대부분 기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차역에 들어서는 순간, 그 선택이 얼마나 거친 세계로 나를 밀어 넣는지 알게 된다.
기차역은 늘 사람들로 붐비고 어딜 가는지 알 수 없는 뜨내기들과 제각각 자신의 목적지를 향하기 위한 사람들이 줄을 이루며 마치 뱀 같은 모양을 만들어 내었다.
그러면서 서로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려고 눈치를 보며 호시탐탐 새치기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나 역시 처음 기차역 갔을때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면 새치기를 하려는 것에 적잖게 당황하였던 기억들이 생생하다. 뭐라 해봤자 소용없다. 이곳의 암묵적인 룰이었으니까.. 그래서 로마에 오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말이 생겼다는 걸 이해할 수 있었다.
긴 줄을 서서 기다리고 겨우 창구에 가 기차표를 물었지만
"이미 매진 됐다"
"취소표가 나올때까지 기다리든지 알아서 해라"
라는 단호한 직원의 말소리만큼 허탈감 느끼는 것은 없었다. 창구에서 기차표를 구하든 안 구하든 그곳을 벗어나면 나한테 시선집중이 되고 있었다. 단호하며 웃음기 없이 알 수 없는 중국어로 외치는 그들은 혹시나 모를 취소표를 구하고 있는 것이었다. 되든 안 되든 시도해보는 그들의 노력이었던 것이었다. 이곳은 총성없는 작은 전쟁터였던 곳이었다.
연휴나 방학 시즌이 되면 상황은 더 극단으로 치달았다.
에어컨 바람도 제대로 닿지 않는 창구 주변은 열기로 가득 찼고, 공기에는 사람들의 체취와 소음이 뒤섞여 있었다. 그 공간 안에는 언어도, 질서도, 배려도 흐릿해지고 오직 ‘이동해야 한다’는 목적만이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어쩌면 어디서도 못 볼 풍경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이 중국의 수많은 인구를 싫어 나를 기차는 넉넉하지 않아 인기 노선은 툭하면 좌석이 남지 않았기에 나는 조금이라도 이런 혼잡함을 덜 느끼고 싶어 출발 일주일 전 미리 기차역에 가 예약 하곤 하였다.
그게 더 나은 선택이었으니까..
어쩌면 항상 계획적인 나의 성격이 이때부터 생긴 건가 싶기도 하다.
여행사들은 이런 고객들을 노려 수수료를 받고 판매하곤 하였지만 이용하지 않았다.
직접 내가 예매에 성공했을때의 쾌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시절을 돌아보면 내가 유학 중 가장 싫어했던 풍경 중 하나가 혼잡 그 자체인 기차역 풍경이었다.
지금으로부터 10여년이 흘렀지만 그때의 기억은 어디서 못 할 경험 했다는 생각과 함께 그때의 기분을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다는 모순적 마음이 동시에 스며든다.
다시는 가고 싶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곳을 잊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