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의 짝사랑

아프게 할뿐인 짝사랑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by 구름파도
출처-말랑노트

당신에게


안녕하세요.


하루가 멀다 하고 오늘도 편지를 씁니다. 나흘 연속으로 글을 올리는 동안만큼은 당신에게 편지를 한 번씩 쓰기로 했거든요. 나흘 연속으로 글을 쓰는 게 끝나면 당신에게 고이 접어 보내는 편지가 끊겨 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이렇게 편지를 빠르게 적어 내립니다.


오늘은 따스한 태양이 몸을 감싸주는 날입니다. 태양빛을 몸에 두르고 있으면 마음이 따스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구름도 기분 좋게 파도를 치고 있네요. 정말 기분 좋은 날씨입니다.


그렇게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지나다니고 있는데, 해바라기를 보았습니다. 누가 심어놓았는지 모를, 혹은 바람을 타고 날아와 땅에 뿌려졌을지도 모를 그 해바라기가요.


정말로 아름다웠습니다. 다른 꽃들보다 월등히 높은 키로 당당히 서서, 당연하다는 듯이 태양빛을 온몸으로 받고 있었어요. 황금빛의 아름다운 꽃잎들을 정성스레 화장하여 피워낸 모습을 보면 고고한 모습에 경외심마저 들 정도였어요. 이처럼 그 해바라기는 정말로 아름다웠답니다. 그 꽃만큼 아름다운게 없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어요.


그 순간에는 해바라기가 태양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껴질 보일정도 였답니다. 태양이 가장 지구와 붙어있는 계절에 피고, 큰 키로 조금이라도 태양빛을 받기 위해, 태양에게 조금이라도 더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잖아요.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기 위해 정성들여 자신을 가꾸고 곱게 색을 물들여 화장하잖아요. 해바라기의 사랑은 맹목적이고 고혹적으로 보일만큼 사랑스러웠답니다.


하지만 사랑이 해바라기 자신을, 태양을,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를 아프게 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저는 해바라기의 그림자를 보았습니다.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만큼의 미미한 그림자였지만, 그 그림자가 태양빛을 가리고 있었습니다. 그 그림자 안에 든 풀들은 태양빛을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태양을 향한 해바라기의 강렬한 사랑이, 그 맹목적인 사랑이 다른 누군가가 받을 태양빛을 빼앗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태양조차 해바라기의 맹목적인 사랑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해바라기를 피해 구름 뒤로 몸을 숨기기도 하고, 그늘을 만들어 해바라기 곁으로 태양빛을 주지 않을 때도 있으니까요. 태양은 해바라기의 작태에 질려버린걸까요? 자신을 위해 가꾸던 아름다움에 관심을 주지 않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이런 태양의 행위에도, 다른 식물들이 받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해바라기는 계속 태양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경외하고 동경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태양을 닮은 아름다운 황금빛을 띌 수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 사랑은 태양에게는 닿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해바라기는 관심을 받지 못한채로 말라 죽어가겠죠.


이렇게 아무 상관 없는 주변도, 사랑 받는 대상도, 사랑하는 대상도 모두가 괴로울 뿐인 사랑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아프게만 할 뿐인 짝사랑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제가 더이상 목소리가 닿지 않는 당신을 짝사랑 하는 것처럼. 해바라기도 태양을 향해 사랑을 보내고 있지만 그 사랑이 닿지 않는 모양입니다.


저는 이 모습이 우리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지만, 당신은 더 이상 이곳에 없죠. 아니. 사라졌다고 해야하나. 당신에게 사랑을 퍼붙는 다 하더라도 그 사랑은 더 이상 닿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에게 이제 제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갈 길을 잃은 편지 한통만 남긴 채로.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을 바라보고만 있죠.


해바라기가 측은하게 보였습니다. 태양만을 바라봄에도 보답받지 못하는. 주위에 모든 것을 짓 밟음에도 보답받지 못하는 그 사랑이 너무나도 불쌍하게 느껴졌습니다. 해바라기의 짝사랑 끝에 남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우리의 사랑처럼 말입니다.


저는 저를 사랑합니다.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저 고고하게 꽃을 피우고 있는, 그 누구보다 열정적인 사랑을 하는 해바라기를 사랑합니다. 비록 그 사랑이 보답 받을 길 없는 아픈 사랑일지라도. 언제까지고 계속 사랑하겠습니다. 오늘의 편지는 이것으로 마칩니다.


구름파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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