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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지혜의 숲에서 찾은 작은 여행

“한 장의 책, 한 줄의 빛이 오늘을 여행으로 바꿔주었다.”


파주 지혜의 숲, 책으로 걷는 여행


프롤로그


멀리 떠나야만 여행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가까운 곳에도, 마음이 머물고 싶은 숲 같은 공간이 있다.

파주 출판단지 한가운데,

천장 끝까지 닿은 책들이 줄지어 서 있는 이곳.

나는 오늘, 지혜의 숲에서 또 다른 여행을 시작했다.


1. 책의 숲을 지나며


끝없이 뻗은 나무들이 숲을 이루듯,

천장까지 닿은 책장이 파도처럼 겹겹이 밀려온다.

발걸음이 바닥을 스칠 때마다

낡은 종이의 냄새가 바람결에 섞여

귀에는 낮은 숨결처럼,

눈에는 은은한 안개처럼 번져온다.


나는 지금 숲을 걷는 것이 아니라,

책의 향기와 빛이 만든 또 하나의 세상 속을

느리게, 그리고 깊게 지나고 있다.


2. 햇살의 자리


커다란 창을 넘어 들어온 빛이

책장 위를 흘러내려 내 손바닥에 머문다.

빛은 따스한 온기로 피부를 감싸고,

종이 위에 부드럽게 퍼져 글자마다 숨결을 불어넣는다.


창밖에서는 바람이 물결을 흔들고,

그 잔잔한 반짝임이 책 속 문장과 겹쳐진다.

커피잔 위로 피어오르는 향기는

조용히 넘기는 책장 소리와 어울려

한 편의 음악처럼 흐른다.


3. 지혜라는 이름의 공간


책장이 모여 만든 거대한 단어, 지혜.

그 앞에 앉은 아이의 웃음은 맑은 종소리처럼 퍼지고,

부모의 시선은 따뜻한 빛처럼 아이의 어깨 위에 내려앉는다.


책장을 따라 흐르는 색채는

삶의 조각들을 꿰어놓은 모자이크 같고,

그 안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읽고, 쓰고, 기억한다.

책으로 지어진 이 단어 앞에서

나는 오늘의 나를, 내일의 길을 조용히 되새긴다.



4. 책과 예술이 만나는 곳


숲 같은 책들 사이,

형형색색의 조각상이 앉아 있다.

그 몸에 새겨진 문양은 시선마다 다른 노래가 되어

공간을 채운다.


책이 지식을 품는다면,

예술은 마음을 흔든다.

활자의 질감과 색의 떨림이 어우러져

하나의 심포니처럼 울려 퍼진다.


나는 그 앞에서 알았다.

배움과 감동은 따로 오지 않고,

늘 함께 우리 곁을 물들이고 있다는 것을.


5. 오늘의 여행, 가까운 쉼표


지혜의 숲은 멀리 떠나지 않아도,

마음을 데리고 여행할 수 있는 곳이다.

책장을 걷는 동안 들려온

낡은 종이의 숨결, 창가에 내려앉은 햇살,

그리고 색채가 속삭여준 예술의 언어.


모든 것이 겹겹이 쌓여

오늘 하루를 여행처럼 빛나게 했다.


돌아오는 길, 나는 속삭였다.

“여행은 먼 길이 아니라,

머물고 싶은 마음이 있는 곳에서 시작된다.”


에필로그


나는 혼자일 때도,

딸과 손녀와 함께일 때도,

좋은 이들과 북토크를 나눌 때도

늘 이 숲으로 향한다.


책은 지혜를 품고,

지혜는 결국 사람을 품는다.

그 품 안에서 나의 하루와 우리의 기억은

조용히 피어나 꽃이 되고,

내일을 꿈꾸는 씨앗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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