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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베이스볼 Jun 20. 2017

화끈한 패배


8회에 스크럭스가 또 하나의 안타를 쳤다. 뒤이어 박석민의 시원한 2루타로 NC는 1득점 추가하였다. 점수는 이제 1점 차. 상대와의 간극이 몹시 좁혀졌다. 







경기 말미에 이러한 추격은 몹시 스릴있다. 쫓아가는 쪽은 바짝 동력을 끌어올리기 마련이고, 쫓기는 입장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느낌이 든다. 나는 전자였다. 멈추지 말고 점수를 팍팍 내자! 역전까지 해 주길 바라였다. 그렇다면 9회말 따위 보지 않고도 이길 수 있을 테니까. 오후께 퍼붓던 비 때문에 한 시간이나 늦게 지연된 경기였다. 우산을 접었다 폈다 하면서 피곤함도 슬슬 몰려오는 듯 하였다. 경기 종료를 재촉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바램과 달리 이닝은 1점 차를 유지한 채로 끝났다. 그리고 9회 초에도 양 팀의 스코어는 변동이 없었다. 다시 넘어온 NC의 9회 말 찬스. 하위 타선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이 조금 신경쓰였다. 선두 타자인 지석훈은 아웃으로 물러났다. 다음 차례는 9번 타자 포수 김종민. 아, 잘 할 수 있을까?




김종민은 엇그제 NC유니폼을 입은 선수다. kt와의 1:1 트레이드로 합류하였다. 작년에는 1군에서 78경기에 출전하였지만 올해는 내내 2군에서 머물렀다. 트레이드 소식을 들은 날도 퓨처스 경기를 마치고 온 상황이었다. 저녁에 숙소에서 TV로 팀의 1군 경기를 보고 있는데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곧바로 그는 리모컨을 쥐고 NC경기로 채널을 돌렸다. 투수와의 호흡이 중요한 포지션인 만큼 조금이라도 정보를 익히고 준비하겠다는 뜻이었다. 텍스트로 읽었던 그의 인터뷰 내용이 짧은 순간에도 머릿 속에 떠올랐다. 








초구는 파울이었다. 2구는 헛스윙. 아 ... 이대로 승리 확률은 줄어들고 마는 걸까. 김종민을 상대하는 롯데의 마무리 투수는 손승락이었다. 이 경기에서 NC를 잘 막아낸다면 그는 8년 연속 두 자릿 수 세이브를 달성하게 된다. NC는 팀 승리가 너무나 절실한 상황이었다. 시즌 내내 2위에 머무른 순위를 벗어나 최상위로 올라갈 반동이 필요하였다.




투수도 타자도 그리고 나도, 일구마다 온 신경을 쏟아붓는 수 밖에. 양 손을 모으고 간절한 마음으로 그라운드를 바라 보았다. 3구 째에 볼이 나왔다. 그렇지, 제발 타석에서 죽지만은 말아다오. 그리고 네 번째 공. 이는 포수 미트에 도달하지 못 하고 김종민의 방망이에 맞아 나갔다. 1-2루 간에 떨어진 야구공! 내야수가 쫓아와 오른손으로 낚아채다가 그만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 사이에 타자는 전력질주하여 가까스로 1루 베이스를 밟았다. 귀가 아득해질 것만 같은 함성 소리가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응원단장이 말했다, NC 홈 팬들에게 첫 인사를 하는 김종민 선수에게 뜨거운 박수 부탁드립니다.







충분히 승산있는 게임이었다. 1점 차로 뒤쳐지는 상황에서 원 아웃, 그리고 루상에는 득점권 주자. 마지막 이닝이었고 상대에게는 추가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다시 1번 타자부터 이어가는 타선이 시작되었다. 끝내기 안타를 확신하였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일어서서 경기를 보았다. 가느다란 비가 뿌리는 듯 하였지만 개의치 않았다. 초구와 2구에서 연거푸 파울, 3구는 볼이었다. 이종욱의 컨텍 능력과 노련미가 경기의 대미를 장식하길 간절히 바라는 그 순간에! 네 번째는 타격이었다. 반사적으로 관중들의 목소리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그 순간에 공을 낚아 챈 상대 팀 수비수들은 신속하게 5-4-3 연결로 주자와 타자를 모두 묵살시키고 말았다. 최종 스코어 5:4 NC패. 예상 못 하고 있다가 뒷통수를 아주 세게 빡, 하고 얻어 맞은 느낌이었다. 불쏘시개가 미처 불꽃까진 피우지 못 하고 그저 펑, 하는 굉음만 허공에 울린 채 화끈하게 터지고 말았다.







(2017.06.06 경기  NC vs 롯데,  마산야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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