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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베이스볼 Jun 30. 2017

NEW FACE? NEW ACE!




'2012프로야구 신인지명회의'에서 나성범이 NC로 지명되었을 때, 대다수 야구 팬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당시 나성범은 연세대 소속으로 아마추어 야구의 에이스였다. 고3 때 LG트윈스에게 지명 받았으나 이를 거부하고 대학으로 진학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 때문에 두 번째로 참가하는 지명회에서는 1라운드 선택을 받을 수가 없었다. 지옥까지 가서도 데려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였다. 2라운드 첫 번째 선택권을 가진 NC로서는 나성범을 놓칠 이유가 없었다. 



그 무렵 NC는 감독 선임도 하지 못 한 상황이었다. 그 해 3월에 창단식을 가졌던, 걸음마도 떼지 않은 팀이었다. 박동수 전 스카우트 팀장을 주축으로 가장 먼저 선수단 꾸리기에 나섰다. 트라이아웃을 통하여 스무 명 가량의 선수를 수급하였고 KBO의 신인 드래프트 일정에 맞추어 고졸 및 대졸 신인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였다. 나성범을 비롯하여 이민호, 박민우, 김성욱, 이형범 등이 선발되었다.




<맨 좌측이 나성범이다. (사진=NC다이노스)>




훤칠한 인물의 나성범이 NC DINOS 라고 적힌 유니폼을 입은 사진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가슴 한 켠에서 북소리가 나는 것만 같았다. 어서와, 라고 어색한 환영이라도 해주고 싶었던 걸까. 긴장이 묻어나는 낯선 얼굴이 괜스레 반갑기만 하였다. 그 날 나는 지명된 선수 한 명 한 명으 이름을 읽고 또 읽어 보았다. 경기장에서 만날 날을 기다리며 기억하려고. 드디어 우리 팀에도 '선수'라는 존재가 생겨났다는 사실이 뭉클하였다.



하지만 나의 기대와 달리 온라인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특히 나성범을 향하여 딱하고 안타깝다는 이야기가 줄을 이었다. 기성 팀으로 입단하였다면 즉시 1군 전력감이지만 NC에서는 마냥 한 해를 퓨처스리그에서 보내야만 하는 것이다. 틀린 지적은 아니었다. 허나 별로 개의치 않았다. 입단 후 나성범은 김경문 감독의 권유로 타자로 전향하게 된다. 그리고 2012시즌에서 퓨처스리그 남부리그 홈런왕과 타점왕의 타이틀을 얻어 2관왕에 올랐다. 타자로 전향하고 치른 첫 시즌이었다.




<경기 개막을 알리는 팬들과 하이파이브 (사진=NC다이노스)>




지난 25일의 경기에서 나성범은 엄연히 리그의 에이스 타자임을 보여주었다. 상대가 우세를 보이던 경기 판도를 나성범은 화끈하게 뒤엎어 버렸다. 주말 3연전 동안 그는 선발 라인업에 4번 타자로 이름을 올렸다. 종전에 줄곧 3번 타자를 맡아 왔으나 박석민과 스크럭스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그 자리를 나성범이 메워야 했다. 그 역시 손목 염좌로 20일 만에 복귀한 상황. 경기 감각을 100프로 끌어 올리기에는 부족하였다.



그럼에도 연거푸 주자가 출루하여 베이스를 가득 메우자 기세 좋게 나성범은 배트를 휘둘렀다. 초구에 나간 타격의 컨텍이 정확하였다. 좌익수 뒤로 시원하게 뻗어 나간 타구가 외야 관중석에 떨어졌다. 만루 홈런! 1점 차로 뒤쳐지던 경기는 단숨에 6-9로 앞서 나갔다. 주자들이 순서대로 들어오고 마지막에 홈플레이트를 밟은 나성범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더그아웃으로 달려 왔다. 위기의 순간에 제 몫을 해내는 에이스! FA급 선수들에게 붙여주던 타이틀이었다. 이 정도라면 나성범에게도 한 번 슬쩍 얹어주어도 좋지 아니할까. 그와 함께 보내는 여섯 번 째 시즌이 다시 한 번 뭉클하다. 



 


<역전 만루홈런 후 세레모니 (사진=NC다이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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