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을 바라보는 디자이너의 눈 (1)
종묘는 내 출퇴근길에 늘 있었지만 들어가 본 적은 없었다. 언제든 갈 수 있다는 생각이 오히려 미루게 했던 것이다. 그러다 문득, 하루 연차를 낸 아침에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이 종묘였다.
표를 끊고 안으로 들어서자 오래된 나무들이 맞이했다. 수백 년의 세월을 버텨온 나무들이 모여 시간의 결을 품은 정원을 이루고 있었다.
그날은 유난히 더운 날이었다. 아침인데도 매미 울음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뜨거운 여름날의 무게와 매미 소리, 그 한가운데 묘하게 감도는 고요함. 종묘의 아침은 그 세 가지가 겹쳐져 있었다.
건축물은 크고 단정했지만 불필요한 장식은 거의 없었다. 제례를 위해 비워둔 공간은 텅 비어 있었고, 그 비어 있음 자체가 오히려 웅장하게 다가왔다. 나는 한참을 서성이며 그 널찍한 공간에 머물렀다. 그곳은 단순했지만 단순하기에 더 강렬했고, 그래서 더욱 평화로웠다.
나는 디자이너로서 매일 색과 형태, 이미지와 텍스트로 화면을 채워왔다. 시선을 붙잡을 장치를 고민하는 것이 일이었다. 그런데 종묘가 보여준 것은 그 모든 것의 반대였다. 아무것도 없는 여백. 그리고 그 여백이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군더더기 없이 핵심만 남아 있을 때, 본질은 더 또렷해진다. 건축물의 크기와 나무의 세월도 여백 속에서 더욱 선명해졌다. 나는 여백을 좋아한다. 그리고 여백을 다루는 힘이야말로 디자이너의 역량을 보여주는 중요한 힘이라는 사실을, 종묘의 아침이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