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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quaviT Jan 25. 2017

저 푸른 초원 위에

독일 - 티티제(Titisee)

  프라이브루크의 시내를 한 바퀴 둘러본 다음날, 나는 호스트의 추천으로 프라이브루크 근교의 티티제(Titisee)라는 작은 마을을 들러보게 되었다. 호수가 아름다운 곳으로, 호스트는 자기 집에 들르는 사람들에게는 누구에게나 추천해준다고 했기에 한 번 믿고 가보기로 했다. 다행히 근교였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았고, 차도 자주 다니는 편이었다.




  



  상당히 한적한 마을을 예상하고 갔었는데, 의외로 관광객들이 꽤 많다. 날씨가 좋았던 만큼, 사람들이 피크닉을 꽤 많이 온 모양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거의 다 독일 사람들이었다. 아무래도 외국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곳인 듯했다. 왠지 알짜배기 여행지를 한 군데 더 들러보게 된 것 같아 괜스레 뿌듯했다. 







기념품점과 관광객들이 즐비한 거리를 조금 더 걸어나가니, 티티제의 상징인 넓은 호숫가가 눈에 들어온다. 보트를 타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산에는 독일답게 진한 녹색 잎의 침엽수가 빼곡하게 꽂혀있었는데, 새하얀 하늘과 햇빛과 어우러져 꼭 동화 속 마을에 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독일은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이 많다고 해서 걱정했었는데, 오히려 내가 독일에 머무르는 동안은 언제나 날씨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쨍쨍했던 것 같다. 헤헷.





  사실 티티제라는 곳은 말 그대로 피크닉에 딱 걸맞은 정도의 작은 마을이니만큼, 눈에 띄는 관광지는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그냥 독일의 자연 그 자체가 관광지라고나 할까. 동화 속 같은 마을의 분위기에 걸맞게 아담하지만 분위기 있고 예쁜 성당이나 건물이 몇 개 서있었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건 없었다. 그렇다고 오자마자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므로, 일단은 호숫가를 한 번 둘러보기로 했다.






  햇살은 쨍쨍하고, 하늘은 파랗고 풀밭은 초록색. 이대로 드러누워서 낮잠이나 한 숨 푹 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날씨였다. 겨울이 되면 저 호수가 다는 아니지만 얼기도 한다던데, 하얀색으로 얼어있는 호수와 마을도 그 나름대로 장관일 듯했다. 





  이건... 별 건 아니고, 그냥 길을 걷다가 내가 군생활 한 강원도 느낌 나는 곳이라서 한 번 찍어봤다. 왠지 저 길로 올라가서 나무 사이를 찾아보면 군인들이 호를 파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 강원도에서 군생활한 사람은 누구나 이렇게 가벼운 PTSD를 앓고 있지 않나,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해보며 계속 걸었다.






  호수가 정말이지 넓었다. 그리고, 새삼 놀랐던 점은 어딜 봐도 쓰레기가 없었다는 것과, 방치된 시설물 같은 것도 없었다는 것. 우리나라의 지방 명소도 사실 관리만 잘 하면 유럽 도시에 그렇게 크게 뒤지겠냐마는, 갈 때마다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쓰레기들과 방치되어서 황량한 느낌을 주는 시설물들 탓에 눈살이 절로 찌푸려지는 곳이 많은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팔도강산을 제대로 보여주고자 한다면 더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티티제의 기념품 가게에서 팔고 있던 술들. 생각해보면 유럽은 어딜 가나 이런 지방의 술을 판매하는 일이 잦았던 것 같다. 우리나라도 뭐 전국 각지마다 소주가 다르고, 전통주 양조장도 있긴 하지만 찾아보기가 쉽지는 않은데 이렇게 모아서 파는 것도 괜찮을 듯했다. 이 티티제의 특산주(酒)는 아무래도 체리(?)를 이용해서 만든 증류주인 듯했었는데, 예전에 먹어봤던 느린 마을 복분자 아락이랑 비슷한 느낌이라 좀 놀라웠다. 사진으로는 찍지 못했지만 피크닉 나온 사람들을 노린 것인지 자그마한 칼과 도마, 그리고 포장된 삼겹살과 작은 병에 든 술을 세트로 팔았던 게 기억난다. 혼자이긴 하지만 피크닉 기분이라도 내보려고 하나 사봤는데, 삼겹살이 무슨 염장 삼겹살이었는지 정말 입에 댈 수도 없을 만큼 짜서 그냥 술만 마시고 말았다.





  


  


  티티제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혼자 다니는만큼 조금 외롭기는 했지만, 호수와 숲, 그리고 운치 있는 분위기가 있는 마을. 친구나 가족과 함께라면 더 좋았겠지만 어쩌겠는가, 혼자인데. 혼자 유럽을 온 게 그다지 후회되지는 않고, 오히려 더 편했던 적이 많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 혼자 있노라면 아무래도 쓸쓸해지는 건 사실이다. 언젠가는 꼭 다른 사람이랑 같이 와보고 싶은 마을, 티티제를 그렇게 뒤로 하고 이제는 언젠가 꼭 육안으로 보고 싶었던 쾰른 대성당이 있는 독일의 쾰른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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