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 양날의 검

“불행을 긍정으로 덮으며 살고 있진 않은가”

by I의 서재
명절이라 친척집에 가게 되었다.
“직장은 어디 다니니?” “ㅇㅇ는 대기업 다닌다던데~”
“결혼은 안 하니?” “ㅇㅇ는 다음 달에 결혼한대~”
익숙하지만 여전히 불편한 대화들이 이어졌다.


얼마 전 친구가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대답했다.
“그래도 요즘 같은 취업난에 일하는 것만 해도 감사해야지. 그런 마인드면 오래 못 버텨.”


나도 긍정적으로 살기로 했다.
힘든 일이 있어도 ‘나는 할 수 있어’, ‘이 정도로 무너지진 않아’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혀 괜찮아지지 않았다.



우리는 끊임없이 비교를 당한다.

어디에 다니느냐, 결혼은 했느냐, 학벌은 어떠냐—

사회는 이런 기준들로 우리를 평가한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가장 교묘하게 마음을 갉아먹는 건, 불행의 비교다.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이 있다는 이유로,

나는 오늘 느끼는 이 슬픔조차 제대로 느낄 자격이 없는 것 같아진다.



누군가가 힘들다고 말할 때,
우리는 종종 위로하려는 마음으로 이렇게 말하곤 한다.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은 거야.”
“너보다 더 힘든 사람도 있어. 힘내.”
“요즘 세상에 이만하면 감사해야지.”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면 그건 위로가 아니라 감정을 덮는 말이었다.
상대가 지금 얼마나 힘든지 들어주기보다,
그 감정을 빨리 없애고 싶은 마음이 앞섰던 것 같다.


우리는 긍정이라는 말을 내세워,
정작 그 힘듦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았다.



긍정적인 마인드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긍정은 불행이 닥쳤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중요한 힘이 된다.

문제는 그 불행 앞에서 생겨나는 감정을 제대로 들여다보기도 전에,
긍정이라는 이름으로 서둘러 덮으려 할 때 발생한다.


감정을 억압하려고 하면, 그것은 다른 모습으로 반드시 나타난다.
— 프로이트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해받지 못한 감정은, 언젠가 모양만 바꿔 돌아온다.


힘들면 힘들다고 털어놓아라.
울고 싶으면 울어라.


감정을 억누를 필요는 없다.
그 감정을 통과해야 비로소,
진짜 긍정이 시작된다.


긍정은 고통을 외면하는 데서 나오는 게 아니다.
고통을 충분히 마주한 사람만이,
다시 걸어갈 힘을 진짜로 가지게 된다.


긍정은 양날의 검이다.
우리에게 활력을 줄 수도 있지만

우리를 해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조심스럽게 긍정을 꺼내야 한다.
그전에, 반드시 감정을 먼저 들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남에게 긍정을 강요하지 마라.


무엇보다 먼저,

그 사람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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