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이동 배달의 비극적인 결말

by 김경훈

수도 엘도리아의 짙은 밤하늘은 언제나 배달 마법사들이 쏘아 올리는 푸른색 전송 광채로 쉴 새 없이 번쩍거렸다. 이 화려하고 탐욕스러운 도시에서 돈 냄새를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맡는 자는 다름 아닌 늙은 마법사 카르카스였다. 그는 대륙 최초로 공간 이동 마법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마법 배달 서비스라는 획기적인 사업을 독점하여 어마어마한 부를 긁어모으고 있었다. 갓 튀겨내어 기름기가 자르르 흐르는 바삭한 닭고기 요리부터 한여름의 열기를 식혀줄 곱게 갈아낸 달콤한 얼음 빙수까지 카르카스의 배달망을 거치면 대륙의 그 어떤 험난한 곳이든 음식이 채 식거나 녹기도 전에 배달이 완료되었다. 물론 그 화려하고 편리한 서비스의 이면에는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으며 햇빛도 들지 않는 지하 벙커에서 하루 이십 시간씩 마력 좌표를 계산해야만 하는 하급 마법사들의 피눈물 나는 착취와 노동이 숨겨져 있었다.


카르카스에게 하급 마법사들의 마나 고갈이나 건강 악화 따위는 전혀 안중에도 없었다. 그는 오로지 고객들에게 청구할 배달 수수료를 올리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고 좌표 계산을 보조하는 디지털 공감각 시스템의 유지 보수 비용조차 아깝다며 수십 년 된 낡은 마법 수정구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었다. 디지털 공감각은 배달 주문이 들어오는 위치의 파장과 마법사의 뇌파 감각을 완벽하게 동기화하여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장소로 물건을 전송해 내는 아주 정밀하고 핵심적인 기술이었다. 하지만 노후화된 시스템과 과로에 시달리는 마법사들의 피로가 겹치면서 주문의 파장이 자주 엉키고 마나 회로가 끊어지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반복되었다.


결국 모두가 우려하던 끔찍한 대참사가 터지고 말았다. 며칠 밤낮을 뜬눈으로 지새워 눈에 초점이 완전히 풀려버린 말단 마법사가 쏟아지는 주문량을 쳐내다가 공간 이동 좌표 숫자를 치명적으로 잘못 입력해 버린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엘도리아의 최고급 저택에서 야식을 기다리고 있던 뚱뚱한 귀족 대지주들의 식탁 위로 향해야 할 최고급 배달 음식들이 전혀 엉뚱한 차원의 틈새로 무자비하게 빨려 들어갔다. 황금빛 튀김옷을 입은 매콤한 닭고기 요리와 팥이 듬뿍 올라간 거대한 빙수가 공간의 문을 통과해 떨어져 내린 곳은 대륙의 인간들이 감히 발을 들이지 못하는 끔찍한 마수들의 본거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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