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마켓의 연금술사.
망원동 지하 작업실의 공기는 일 년 내내 시멘트 가루와 대리석 분진이 섞여 뻑뻑하고 무거웠다.
조각가 구는 방진 마스크를 턱 밑으로 끌어내리며 거친 기침을 토해냈다.
쿨럭 쿨럭.
입안에서 서걱거리는 모래알이 씹히며 텁텁한 흙맛이 혓바닥을 맴돌았다.
무거운 그라인더를 온종일 쥐고 있던 오른쪽 손목의 인대가 끊어질 듯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예술은 길고 관절은 짧다.
구는 파스 냄새가 진동하는 자신의 굽은 어깨를 주무르며 작업대 위에 널브러진 신경 접속 단말기를 집어 들었다.
차가운 금속 포트를 귀 뒤쪽 신경 단자에 밀어 넣자 틱 하는 미세한 마찰음과 함께 기억 마켓의 기계적인 안내 음성이 고막을 때렸다.
이곳은 타인의 기억을 중고로 사고파는 시대의 가장 밑바닥 시장이었다.
행복하고 달콤한 첫사랑의 기억이나 복권 당첨의 짜릿한 순간은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다.
가난하고 만성 위염에 시달리는 구 같은 삼류 조각가가 살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이 돈을 주고서라도 머릿속에서 파내어 버리고 싶어 하는 끔찍하고 축축한 불행의 찌꺼기들뿐이었다.
구는 화면 낭독기가 빠르게 읊어주는 매물 목록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십 년 사귄 연인에게 비 오는 날 환승 이별 당한 날의 굴욕감 삼천 원.
보이스피싱으로 전 재산을 날리고 한강 다리 난간을 잡았을 때의 서늘한 촉감 오천 원.
면접에서 모욕당하고 돌아오는 만원 지하철에서의 질식할 듯한 수치심 이천오백 원.
구는 헛웃음을 쳤다.
내 척추 연골을 갈아 넣어도 안 팔리는 내 밋밋한 조각상보다 남의 생생한 불행이 훨씬 싸게 먹히는 세상이다.
그는 오천 원짜리 환승 이별과 배신의 기억을 결제했다.
띠링.
경쾌한 입금 소리와 함께 타인의 끔찍한 절망이 구의 뇌수로 직행했다.
다운로드가 완료되는 순간 구의 위장이 바닥으로 쿵 하고 떨어지는 듯한 지독한 메스꺼움이 밀려왔다.
자신이 겪은 일도 아닌데 숨이 턱 막히고 명치끝이 쥐어짜듯 아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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