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가슴의 유령 그리고 소음의 반란

세르의 노이즈

by 김경훈

아크 호의 농장 구역인 ‘그린 존’ 근처, 리디아의 임시 진료실은 오늘따라 금속성의 날카로운 소음으로 가득했다.

규칙적인 엔진의 박동 소리 너머로, 무언가 거칠게 부딪히고 찢어지는 비논리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리디아는 돋보기안경을 손가락으로 밀어 올리며, 진동 센서가 감지하는 외부의 불협화음을 분석했다.

“시끄럽군요.

저 구역 관리자들은 유지보수도 안 하나? 마찰음이 기준치를 초과했어.”


안드로이드 육체의 냉각 팬이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리디아는 낡은 수첩을 펼쳤다.

그곳엔 솔로몬 박사가 남긴 휘갈겨 쓴 메모가 있었다.

[노이즈는 방해물이 아니라, 시스템의 새로운 시작이다.]


‘딸랑-’


방울 소리가 평소보다 더 묵직하게 울렸다.

문을 밀고 들어온 여자는 아크 호의 보안팀 소속 정예 대원인 리시페(Lysippe)였다.

그녀는 한쪽 어깨에 반달 모양의 짤막하고 가벼운 방패를 메고 있었고, 그녀의 아바타는 고대 청동 화살처럼 날카롭고 매끄러운 광택을 내뿜고 있었다.



1장: 제거된 부위의 통증


리시페는 소파에 앉지 않고 진료실 벽에 기대어 섰다.

그녀의 눈은 사냥감을 노리는 매처럼 리디아를 훑었다.


“박사님은?” 리시페의 목소리는 잘 연마된 칼날처럼 차가웠다.


“출장 중이에요. 대신 내가 있죠.”

리디아가 무심하게 대꾸했다. “증상은? 보안팀에서 당신을 ‘부적격 노이즈’로 보고했던데.”


리시페는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

“부적격? 그들은 우리가 ‘가족’을 만들지 않고, ‘결혼’이라는 시스템에 편입되기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우리를 소음 취급해. 우리는 테르모돈 강가의 기억을 가진 자들이다. 종족의 보존을 위해 잠시 관계를 맺을 뿐, 우리는 오직 우리만의 모계 혈통으로 아크 호의 가장 거친 구역을 지켜왔어.”


그녀는 갑자기 자신의 오른쪽 가슴께를 손으로 쥐었다.

그곳은 안드로이드 스킨으로 완벽하게 메워져 있었지만, 그녀의 표정은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환각통(Phantom pain)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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