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3. 젖어드는 벽지
유리 조각에 베인 상처는 깊지 않았지만, 피는 쉽게 멈추지 않았다. 보영은 휴지로 손바닥을 꾹 누른 채 멍하니 식탁을 내려다보았다. 약통은 사라졌고, 유리 파편만이 현실의 증거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내가 정말 컵을 깬 걸까? 기억을 못 하는 걸까?'
스스로에 대한 의심은 공포보다 더 끈질기게 뇌를 파고들었다. 보영은 떨리는 손으로 남은 유리 조각을 치웠다. 쓰레기통에 파편을 쏟아붓는 소리가 유난히 날카롭게 고막을 긁었다.
출근길, 지하철 안은 습했다. 장마철이라 그런지 사람들에게서 눅눅한 냄새가 났다. 보영은 그 냄새 속에서 미묘한 비린내를 맡았다. 물비린내. 어릴 적 계곡에서 물에 빠졌을 때 폐 속 가득 들이켰던 그 냄새였다.
속이 메스꺼웠다. 보영은 눈을 감고 호흡을 골랐다. '이건 증상이야. 약을 못 먹어서 그래.'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현우는 탕비실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어, 보영 대리님. 손은 왜 그래요? 밴드 붙였네요?"
현우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왔다. 그의 태도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다정했다. 어제 있었던 기이한 일들은 마치 보영의 꿈속에서만 일어난 일인 양.
"아, 그냥... 컵을 좀 깼어요."
"조심하지. 많이 다친 건 아니죠?"
현우가 보영의 손을 살피려 손을 뻗었다. 보영은 순간적으로 몸을 움츠렸지만, 현우의 손이 닿는 것을 피하지는 못했다.
그의 손가락이 보영의 손등에 닿았다.
차가웠다.
단순히 에어컨 바람에 식은 차가움이 아니었다. 마치 얼음물에 오래 담가두었던 고기처럼, 핏기가 없이 서늘하고 축축한 냉기였다. 민서가 했던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엄마 손이 차가워. 냉장고 문 열 때 같아.'
보영은 황급히 손을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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