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천지
우리는 언제나 이미지를 쫓는 사람들이다. 백두산 호랑이가 먹이를 쫓듯 그렇게 항상 현장에서 달리는 사람들이다. 카메라를 목에 걸고, 셔터를 누르는 그 순간을 위해 사는 사람들 말이다.
나는 백두산 천지의 아름다움이 가슴에 와 닿지 않았다. 백두산 천지 까짓 잘나봐야 돌이고 잘나봐야 물이다. 수천 년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들이 오늘 갑자기 특별해질 리는 없지 않은가.
진짜 내 가슴을 친 것은 후배들 이었다.
매일 뉴스를 장식하는 정치인을 찍고, 매일 슈퍼스타를 찍고, 재난현장에서 촌각을 다투며 셔터를 누르는 동료들이 천지 앞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의 수십명의 휴대폰을 받아 들고 그 사람들 일생 최고의 보도사진을 찍어주고 있는 모습이었다.
평소 같으면 피사체에게 달려들었을 그들이, 오늘은 정성스럽게 부탁을 한다. "이모 하트가 어그러졌다" "만세 하세요~!!" 카메라를 목에 건 이들이 관광객들의 전속 사진가가 되어주고 있었다.
'대구 서문시장에서 배추장사 하는 김영자 씨 생에 첫 해외여행 백두산 다녀가다.'
'충칭 사는 린자오밍 씨 자식들이 칠순 기념으로 자식들이 백두산 보내주다.'
'작년 암수술 받은 광주 사는 최영수 씨 건강하게 백두산 밟다.'
후배들이 찍은 사진들은 각자의 사연을 담은 최고의 보도사진들이 가족에게, 지인들에게 '송고'되었을 것이다. 평생 남의 이야기를 기사로 써온 우리가 오늘만큼은 남의 행복한 이야기의 일부가 되었을 것이다.
천지는 그저 배경일 뿐이었다. 진짜 아름다운 것은 카메라 너머에 있는 사람들의 삶이었고, 그 삶의 한 페이지를 기록해주려는 동료들의 마음이었다.
까짓 천지를 못 봤으면 어떠랴. "천지야 네가 잘나봐야 돌이고 잘나봐야 물이다"
6월 12일 연길가는 비포장 도로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