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유산(遺産)

by 권태윤

주위를 둘러보면, 부모가 남겨놓은 재산 때문에 자식들이 서로 원수가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최근에는 90넘은 어머니로부터 각각 100억원 상당의 유산을 물려받은 3형제 중 막내에게 좀 더 줬다고, 어머니를 죽인 첫째와 둘째아들의 천인공노할 만행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내 부모 그런 우환(憂患) 미리미리 염려하셔서 자식들에게 한 푼 재산도 남기지 않으셨으니 그 심모원려(深謀遠慮)가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 다리 밑 거지가, 남의 자식들이 유산 싸움하는 꼴을 보고 손가락질 하며 자기자식들에게 “너희는 부모 잘 만난 줄 알아라.” 하며 뿌듯해 했다는 이야기가 마냥 우습지만은 않습니다. ‘재산도 안 모아 두고 뭐하고 사셨나?’ 하는 원망보다는 ‘그래. 형제들끼리 재산 두고 싸움 안하게 됐으니 그것만도 어디냐’ 하는 위안을 가져봅니다.


살면서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일까요. 한 살 두 살 나이가 들면서, ‘재산이란 것은 껍데기에 불과한 공허함이요, 혈육이란 두고두고 가꾸고 살펴야 할 알맹이의 충만함’이란 각성(覺醒)을 합니다. 남긴 서푼짜리 재산을 두고 내 자식들이 다투는 모습을 본다면 저승에서도 그 꼴을 어찌 견딜 수 있을까 싶습니다. 물려줄 재산이 있거든 살았을 때 미리미리 공평하게 나눠 줘야 하고, 더 지혜롭게 살자면 한 푼도 남김없이 나를 위해, 남을 위해 다 쓰고 죽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됩니다.


진짜 자식들에게 남겨야 할 유산은 유형의 재산이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는 습관, 배우자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 항상 책을 가까이 하는 습관, 작은 것이라도 나눌 줄 아는 마음, 이웃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마음씨, 운전 메너, 양치질을 잘하는 방법, 좋은 술버릇, 건강을 관리하는 성실함, 부모에게 효도하는 자식의 도리, 곱고 반듯한 말씨, 늘 웃는 습관 뭐 이런 것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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