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볼 줄 아는 삶이어야겠다.

누군가가 아니다. 정녕 중요한 것은 바로 나인 것이다.

by 샤인오름

휴대폰 갤러리가 가득 차서 포화상태이다. 꼭 필요한 사진 한 장 찾으려 하는데 따로 즐겨찾기를 해놓은 것도 아니기에 쭉 올려보다가 이내 지치는 마음이다.


갤러리 속에 저장되어 있는 사진들은 201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올해 초에 새 휴대폰으로 바꿀 때 정리를 한번 했어야 했다. 뭐가 미련이 남았는지 지난 시간들에 대한 집착으로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던 게다.


마음먹은 김에 정리해 보기로 한다, 우선 배경사진들은 수월하게 삭제가 되었으나 가족들이나 지인들과의 사진들은 일일이 다시 보게 되더라.




수많은 일화들과 크고 작은 사건 사고도 스쳐 지나간다. 그 당시에는 너무 힘든 일이었으나 어느새 지나고 보니 참 별일 아니라는 생각들에 피식 웃음을 짓게 되기도 하더라.


그렇게 뭉퉁그려 지워가는 속에 문득, 눈길을 잡는 사진이 있다. 어느 해 멈춘 시간 속의 나는 분명 활짝 웃고 있지만 슬픔이 가득 묻어있다.


그 슬픈 미소가 안쓰럽고 짠하기까지 하다. 그 당시의 시간이 다시 살아 움직이는 듯 생생하게 떠오른다.


믿고 의지했던 사람이 내 가슴에 비수를 꽂아 피가 철철 흘러내리는 듯한 고통의 시간이었음에도 아프다는 소리 한마디 내뱉지 못했고 그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못하고 혼자서 꾸역꾸역 삼켜야만 했던 시간이었다.


철저하게 숨기고 혼자서 오롯이 그 상처를 끌어안고 견뎌야 했던 시간이었고 아무도 나의 아픔과 상처를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언제나 나는 나보다는 주변을 챙겨야 했고 돌봐야만 했다. 누가 원했던 것도 아니고 시켰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타인을 위해 만능해결사가 되어야만 했고 따뜻하게 품어주려 애썼던 시간들이다.


그 당시에 나를 힘들게 하고 커다란 마음의 짐덩어리가 되었던 인연들, 사진 속의 슬픈 표정을 마주하는 지금도 가슴 한편이 아리다.




모두 지나간 일이다. 이제야 그 아팠던 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나와 결이 맞지 않는 사람들도 왜 그리 애써 끌어안고 가려했는지 내 마음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갈기갈기 찢어지고 있음에도 나를 보살펴줄지를 몰랐다.


오랜 전 사진 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불행에 잠식되어 있으면서도 나조차도 몰랐던 나의 아픈 모습들이 이제야 가슴에 파고들고 지금에서야 보이기 시작한다.


왜 나는 나를 귀히 여길 줄을 몰랐을까? 왜 항상 나는 나 스스로를 뒷전에 두어야만 했을까?


언제나 나보다는 타인을 위하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던 것이다. 그 무엇도 나를 대신할 수 없고 나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된다.


집안에서도 갈등이 생기는 일이 발생하면 다른 형제들은 그저 내버려 두고 지나갈 일을 나는 단 한 번도 그냥 지나치지를 못했다. 내 마음은 안중에도 없이 상대의 불편함을 해결해 주려 전전긍긍 했던 던 모습들을 지난 사진 속에서 마주하고 있다.


더 마음이 아픈 것은 아무도 나의 노고와 인내를 알아주지도 않는다. 오히려 핀잔과 면박이 돌아올 뿐이다.


왜 그렇게 까지 했어? 그냥 내버려 뒀으면 더 나아졌을지도 몰라. 네가 너무 과한 배려로 모든 걸 다 해결해 주곤 하니까 오히려 핑계를 찾게 되고 책임을 떠넘기게 되는 거였어!라는 말까지 서슴없이 한다.




이제야 알게 되었다. 남들을 배려하고 참고 견뎌냈던 모든 시간들이 결국은 상대에게도 나에게도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었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지켜줘야 했던 것은 상대가 아니라 나의 마음이었던 것이다.


이제는 달라져야겠다 그 누구보다 나를 지키고 아끼며 내 마음 살핌이 우선되어야겠다. 타인을 무턱대고 애쓰고 지켜가려 힘을 빼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인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타인이 아닌 내가 나하고 잘 지내야 하는 것임을 이제서야 깨닫게 된다. 엉뚱한 곳에 마음을 쏟고 나를 외면하는 일은 이젠 그만해야겠다.


오랜 시간 비워내지 못했던 사진들을 싹 다 정리하며 나의 삶도 재정비하게 되는 시간이다.


지울 건 깨끗하게 지우고 앞으로 나아갈 삶에 중심은 내가 되어야 함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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