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과 당일치기로 강화도에 다녀왔다.
어머님께서 한국 역사에 관심이 많으시고 잘 아시다 보니 박물관에 관심이 많으시다.
직접 보고 싶으시다고 해서 우리와 강화도 유적탐방을 하게 되었다. 좋은 마음으로 탐방하는데 역시나 쉽진 않다. (현 며느리)
그래도 박물관 전시장은 좋았다. 전등사도 가보고 전쟁박물관도 가보고 광성보도 가보고.
그중에 전쟁박물관에 갔는데, 현충일에 갔다 보니, 몇 아이들 무리가 있었다. 가족단위로 온 거 같다.
나는 6.25 전쟁을 샌드아트로 설명한 영상을 보고 있었는데, 내 앞에 한 아이가 있었고 같이 영상을 봤다.
거기엔 포스터잇이 놓여있었는데 글을 쓰고 옆에 있는 나무에 붙이는 거 같았다.
아이가 영상을 다 보고 무언가를 적더니 붙여놨다.
그리고 난 그걸 찍었는데,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구한테 도와달라고 하는 거지?
나라에 대한 절망적인 부분을 누구한테 호소해야 하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다른 글들도 봤는데, 역시나 초등학생들의 글이 많았다. 한 초등학생은 전 12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전쟁 싫다고 멈춰달라고 썼고 한 대위는 현직 대위인데 지켜주셔서 잘 살고 있다. 앞으로 저희가 지키겠다는 다짐을 썼다. 그 대위 글을 보고 왠지 모를 울컥함에 울뻔했지만, 지금 현 대한민국의 마음이 저 대위처럼 순수하게 나라지킴을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 있을까 생각해 봤다.
뉴스만 켰다 하면 안 좋은 사건과 해결되지 못하는 사건들, 서로 화나있고 마녀사냥 냄비근성이 즐비하며, 이슈를 다뤄서 영상에 올리고 그 영상이 화재가 되고 그 이슈로 다른 이슈가 묻히고 갈라 치기 글들, 나만 아니면 돼라는 마음이 생기고 엄마충 거지충 삼백충 충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학생들, 개근거지라는 말을 붙여서 비하발언을 일삼는 아이들.
그리고 그 욕먹는 맘충의 나이대는 내 세대라는 것.
어머님은 나에게 한국에 미래가 없다면서 비관적인 말씀을 하셨다.
이젠 포기했다면서.
그러면서 헤어질 땐 좋은 소식 있으면 말해달라고 하셨다. 손주는 보고 싶으신가 보다.
아이러니하다.
시대가 변해도 많이 변했고, 종교도 정말 많이 변했다.
섞였고, 뭉치다가 헤어지고, 사람들이 한마음 한뜻을 위하기보단 내 이익이 더 소중하고 그건 사회가 팍팍해서라는 근거를 붙일 수 있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난 그 아이가 도와달라는 말에 외면하는 한 어른이다.
내가 힘이 있는 정치인이었으면, 돈이 많았으면, 저 도와달라는 말에 내 힘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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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사에 가면서 기도하는 사람들을 봤고,
성당에서는 상을 보고 기도하는 사람들을 봤다.
내가 만약 처음 알았던 신의 모습이 다른 신이었다면,
그 신의 상을 믿었을 것이다.
기독교가 기독교여야 하는 이유를 목사님들께 물어보고 유튜브 영상에도 많이 나오지만,
신천지를 경험했던 나로선, 신천지는 기독교에서 무슨 말을 해도 본인들이 진짜라 여긴다.
어머님은 성모마리아에게도 기도했고, 불상에게도 기도하셨다.
천주교신 어머님은 그게 가능하셨지만,
기독교인 나는 어머님이 그러시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유일신.
어머님은 우리에게
신은 하나인데, 사람들이 여러 모양으로 믿는다고 생각한다고 하셨다.
나 역시 그 생각을 갖고 있지만, 그중엔 가짜도 존재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같이 있다.
사람의 시선이 안 묻은 가감 없는 신이 궁금하다.
어느 쪽이건 사람들은 본인이 믿는 게 진짜라 여긴다.
나 역시 그러고 있다.
내가 믿고 있는 신이 진짜이기를 믿으며 도와달라고 말하는 수밖에.
그 아이는,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한 게 아닌 신에게 기도를 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