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고발

관계를 맺으면서 제일 싫어하는 게 있다.

무례함.

친할수록 더 무례해지는 행동.

나조차 방심하면 안 되는,

경계하는 행동이자 태도.

무례함을 제일 싫어하는 이유는,

과거에 내가 끝없이 친하다는 이유로 무례해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례한 사람을 직접 겪고서 거울치료를 경험했다.

어릴 적 나와 함께해 준 사람들에게 끝없이 무례했다. (가족포함)

그리고 상대방 마음은 고려하지 않고 내 마음대로 지냈다.

무례함 속에는 ‘만만히 보다’가 같이 있다.

그래도 되는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경험했지만,

지금 나에게 무례한 행동이라고 직접적으로 알려준 사람은 한 명밖에 없다.

그만큼 삼키고 삼키고 웬만하면 넘어간다.

넘어가는 이유는 심플하다.

내가 많이 아끼고 사랑하고 귀하게 여기기 때문도 있고,

나도 무례하게 굴었던 과거의 시간들이 존재하다 보니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럴 수 있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 당시의 나는 상대방이 괜찮든 안 괜찮든, 상관없고, 그래도 된다고 믿었다.

그리고 타인이 당연히 받아줄 것이라 믿었으며,

나에게 따진다 한들 난 몰랐다는 변명이 통할 거라 믿었다.

과거를 돌아보자면,

나는 관계 속에서 지각을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나보다 더 지각하는 사람을 경험하고서 지각하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그간 지각할 수 있었던 마음의 기반이 뭐였을지 파해쳐봤더니,

그 사람은 당연히 기다려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늦어도 나에게 따지지 않고, 그저 기다려줄 것이라는 믿음.

미안하다는 말을 하면 '당연히' 빠르게 용서해 줄 것이라는 믿음.

의도하지 않았고, 미안하다고 하면 상대방의 마음은 무조건 풀릴 것이라는 믿음과 계산.

태도나 말에 예의가 없었다.

깨달은 건 나 같은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서부터다.

나보다 심한 지각을 했던 사람을 경험한 후,

내가 했던 행동들을 뒤돌아봤다.

과거의 상대방은,

나의 끝없는 무례함에, 끝없이 배려한 것이었다.

그 사람들은 나를 아꼈다.

만나는 내내 지각했음에도 뭐라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들에게 지각은, 별 의미 없어서 기분이 안 나빴던걸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을 지키는 것은, 기본적이면서도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난 지각을 안 할 수 있는 방법을 의도치 않게 터득했는데,

내가 상사와 약속을 잡거나,

출근을 할 때 지각한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학교도 6년+대학시절 내내 늦었음)

그 이후로,

지각을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래도 지각을 완전히 끊지는 못했다)

과거와 달라진 건, 지각을 했을 경우 정말 미안했다.

가볍게 건네었던 미안함은, 내가 타인의 소중한 시간을 뺏어갔다는 생각에

시간 약속에 대한 예의가 없음에 너무 미안했다.

마음이 그렇게 변했다.

그때는 지각 좀 그만하라고 서운함+잔소리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랬었다.

그리고 지각 좀 할 수 있지라며 합리화가 잘 되었다.

그만큼, 내 행동에 대한 죄책감이 없었다.

당연히, 기다려 줄 것이라 믿은 것이다.

항상 날 용서해 준 사람들. 깊은 속을 가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던 그날들.

어린 시절.

그리고 나보다 더 심한 사람을 겪은 후 고쳐진 마음.

자업자득.

항상 늦었던 나에게 끝없이 배려해 줬던 그 사람들과는 30대 이후로 연락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이 나타나 많은 배려를 나에게 베풀었다.

배려인 줄도 몰랐던 그때가 지나고서야 이젠 보이게 된 것이다.

본인이 누리고 싶은 대우가 있다면, 타인에게도 그렇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사람(=나는)은 잊으며 산다.

기만과 오만.

본인이 가지고 있는 기만과 오만함을 눈치채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무의식에서 상처를 뿌리고 다니는 행동에 솔직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나 역시 솔직할 수 있는 순간은 매 순간 있었지만,

외면한 건 '나'다.

죄를 인식하고 회개를 한다는 건,

굉장히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이제부터 그러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해도,

몇 년 동안 이어진 생각의 패턴과 행동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감사함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겸손도 없어진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무례함의 기준은 각 개인에게 있다.

사람마다 다른 기준을 타인이 알리가 없다.

신이 아닌 이상 그 기준을 맞출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상대방이 기분 나빠함을 인지했음에도 외면한 태도에 있다.

상대방이 불편함을 내색했음에도 신경 쓰지 않았던 생각에 있다.

타인에 대한 무시가 무례함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자존심이 함께한다.

사람은, 이 생각을 떨치기 쉽지 않은 것 같다.

'난 잘못이 없어'

그렇게 자기 자신을 지켜간다.

그렇게 나를 지킨다.

그리고 지키고 있는 타인을 본다.

누가 나를 판단하겠는가,

내가 누구를 판단하겠는가,

신 앞에선 다 똑같음을,

잊지 말자.

신은 나의 추악함을 제일 잘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