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나는 걷다가, 그곳에 닿았다

《궁전 너머 저쪽》

제1화. 나는 걷다가, 그곳에 닿았다


오전 9시 40분.

사람이 거의 없는 헬스장 러닝머신 위에 내가 있었다.

익숙한 속도.

6.2로 설정된 걷기는 내게 평온한 리듬이었다.

음악도 없이, 뉴스도 없이,

그냥 나와 기계의 발자국 소리만 일정하게 섞이는 시간.


나는 늘 이곳에서 걷는다.

하루의 찌꺼기를 빼내고, 남아있는 생각들을 천천히 다듬는 시간.

어젯밤 꿈에 엄마가 나왔던 것도,

그 꿈에서 엄마가 무언가를 말하려다 멈추었던 것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미순아.”

꿈속 엄마의 목소리는 나직했지만,

러닝머신 위에서도 귀에 맴돌았다.


그 순간, 무언가 미세하게 어긋났다.

발이 살짝 헛디뎌졌나 싶었지만

기계가 내 발보다 먼저 속도를 올리는 듯했다.


6.2가 7.5로,

7.5가 9.0으로…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속도를 조절하지 않았는데,

기계가 알아서 나를 달리게 하고 있었다.

그 이상한 감각,

누군가 내 등을 가볍게 미는 듯한 느낌.

누구지?


나는 뛰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따라가듯.


점점 숨이 거칠어지고,

몸이 앞으로 쏠리는 걸 붙잡지 못해

결국 발이 미끄러졌다.

넘어졌다.


그런데 바닥이 없었다.

러닝머신 아래는 검은 고무바닥이 아니라

깊고 깊은 무채색의 공중이었다.


나는 마치 유리문을 뚫고 떨어지는 것처럼

무언가를 지나쳤다.

천장이 사라졌고, 벽도 사라졌고,

세상의 소리도 빠르게 멀어졌다.


그리고—

나는 도착했다.


눈을 떴을 때,

내 앞에 거대한 건물이 있었다.

궁전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고요하고 빛나며,

어딘가 낯익은 느낌의 장소.


그곳은 마치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했던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숨을 고르며 그 문 앞에 서 있었다.

아무도 없고, 아무 소리도 없었다.

그저 아주 오래전부터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문 너머에서 기억의 냄새가 흘러나왔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