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화. 징이 울리면. 동네가 춤을 췄다
《오래된 천조각》
45화. 징이 울리면, 동네가 춤을 췄다
봄기운이 들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들썩이는 건 사람들의 마음보다
꽹과리 소리였다.
땡- 땡-
마을 어귀에서 울려 퍼지던 그 소리는
바람보다 먼저 골목을 헤집고 들어왔다.
아빠는 태평소의 권위자셨다.
동네에서는 이미 유명했고,
예전에 대회에 나가 1등을 했을 땐
동네 어른들이 잔치를 벌이기도 했다.
그날 아빠는 작은 영웅이었다.
명절이거나 정월대보름쯤,
어김없이 농악대가 뜬다.
장구, 북, 징, 태평소까지
온 동네 어른들이 악기를 들고 나서면
집집마다 대문이 열리고
아이들은 마당으로 쏟아져 나왔다.
나는 언제나 맨 앞줄로 뛰어갔다.
작은 어깨를 들썩이며 장단을 맞추다 보면
마치 내가 악기를 든 것처럼 기분이 들떴다.
눈 맞은 닭처럼 빙그르르 돌고,
손뼉을 짝짝 치며
동네를 누비는 농악대를 따라
어린 나도 춤을 췄다.
머리엔 헝겊을 동여맨 채
신이 난 아빠의 얼굴엔
소리보다 더 큰 웃음이 담겨 있었고,
엄마는 장독대 너머에서 그걸 지켜보며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렇게 징 한 번 울리면
사람도 들판도 봄도
한꺼번에 춤을 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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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끝에서 본 세상》 1부 마무리하며
이제 45화까지 달려온 《오래된 천조각》은
여기서 1부를 마무리합니다.
마루 끝에 앉아 바라본 시골집의 사계절,
아이의 마음으로 기억한 가족과 동네 사람들,
그 따스한 풍경을 따라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2부에서는
좀 더 자라난 미숙이의 시선으로
학교, 친구, 동네 밖 세상과
서서히 마주하기 시작합니다.
더 깊어진 이야기, 곧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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