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햇살 아래 세 사람이 걷는 길.
5화 – 아침 햇살 아래, 세 사람이 걷는 길
한두 시간이 지났을까.
그의 호흡이 깊어지고 완전히 잠들었다는 걸 확인하자, 나는 조심스럽게 일어났어.
낯선 남자의 방이라는 현실이 갑자기 또렷하게 느껴졌고, 문을 살그머니 닫고 언니가 자고 있는 방으로 돌아왔어.
언니 옆에 누우니 비로소 마음이 놓였는지 눈을 감았지만, 깊이 잠들지는 못했어.
낯선 공간의 공기는 늘 그렇잖아.
그런가 싶더니 이내 새벽빛이 종이창을 밀고 들어왔고,
마을의 아침 소리—닭 우는 소리, 누가 대문 여는 소리—가 다 들릴 만큼 조용했어.
나는 일찍 일어나 밖으로 나갔어.
밤에 보지 못했던 시골마을의 풍경이 환하게 드러나 있었지.
좁은 골목 사이사이로 낮은 집들이 올망졸망 자리했고,
어제 우리가 걸었던 길도 새 빛을 받아 전혀 다른 곳처럼 보였어.
작은 텃밭에서 김을 매는 아낙네들이 “아가씨 일찍 일어났네~” 하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어.
잠시 마을을 둘러보고 있는데
그가 마당으로 나왔어. 잘 잤는지 눈가에 잔주름을 잡고 하품을 하며 말했지.
“밭에 가볼래? 과일 나무 많아. 이른 아침 공기가 더 좋아.”
그런데 타이밍 좋게 문이 열리며 언니도 나왔어.
언니는 머리도 못 말린 듯 부스스한 채로 웃으며 말했지.
“어머, 벌써 둘 다 일어났네? 어디 가려고?”
“밭 가본다잖아. 언니도 갈 거지?”
“그럼~ 이런 데 왔는데 안 보면 손해야.”
그래서 셋은 나란히 밭으로 걸어갔어.
마을 끝자락에 있는 그의 밭은 생각보다 넓고 잘 관리되어 있었어.
감나무, 대봉, 무화과, 유자, 심지어 사과나무까지 다양하게 있었지.
이른 햇살이 과일 잎사귀들에 조각 조각 반사되어 금빛처럼 반짝였어.
“이야… 여기 진짜 예쁘다.”
언니가 감탄을 연발했고, 그는 자랑스럽다는 듯 웃었어.
“이게 다 부모님이 해놓으신 거야. 이제는 내가 관리하지만.”
나는 멀찍이서 그 둘을 바라봤어.
햇살 속에서 언니는 밝게 웃고 있었고
그는 어제보다 더 부드러운 얼굴로 언니의 말을 받아주고 있었어.
어쩐지… 두 사람이 잘됐으면 하는 느낌이 새삼 크게 밀려왔어.
마치,
어제 새벽 그의 방에서 빠져나온 그 순간이
나를 한 발 더 뒤로 물러나게 만든 것처럼.
하지만 그게 싫진 않았어.
그저 지금은—
여수의 아침 공기와, 두 사람의 웃음이
내게 오히려 더 편안하게 느껴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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