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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서울로 돌아온 뒤, 어색한 거리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6화 – 서울로 돌아온 뒤, 어색한 거리

여수에서의 짧은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온 뒤에도
우리 셋의 인연은 끊어지지 않았어.

언니와 나는 그의 제안으로
몇 번씩 식사 약속을 잡았고
서울 이곳저곳을 다니며 시간을 보냈어.

홍대의 작은 식당,
잠실 근처 카페,
늦은 밤엔 찜질방에서 땀을 빼기도 했고
어느 날은 고궁에 가서
단풍 사이를 천천히 걸었지.

언니와 그가 앞장서서 수다를 떨면
나는 조용히 뒤따라갔어.
둘은 묘하게 잘 맞았어.
언니는 본래 밝고, 그는 그런 언니에게
너무 자연스럽게 맞장구를 치며 즐거워했으니까.

하지만…
그와 단둘이 있을 때면
나는 늘 마음이 어색하게 뒤틀렸어.

보통 사람들은
둘이 마주 앉으면 자연스럽게 웃고 대화가 이어지잖아?
근데 나는 이상하게
그와 단둘이 있으면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웠고
그의 눈을 마주치는 것도 부담스러웠어.

그가 나에게 조금만 친절해도
그 친절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 건지
확신이 안 섰고,
조금만 진지한 이야기를 꺼내도
그 고백의 연장선처럼 느껴져서
내 마음은 금방 답답해졌어.

언니와 셋이 있을 땐 괜찮았어.
그냥 여행에서 만난 좋은 사람,
우리를 잘 챙겨주는 고마운 동생 같은 느낌.

하지만 둘만 남는 순간,
그가 내게 했던 말—
“좋아한다”
“마음에 든다”
“언니에게 허락받고 싶다”—
그 말들이 머릿속으로 또렷하게 떠올랐어.

그래서 나는
그가 두 사람 사이에 만들어놓은
애매한 선 위를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
점점 더 모르겠는 사람이 되어갔다.

나는 그저…
언니가 즐거워하는 모습이 좋았고
그와 언니가 더 가까워지면
오히려 편할 것 같기도 했어.

그렇지만 그는
언니가 아닌
계속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부담이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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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끝에서 바라본 유년의 기억을 꿰메어 글을 씁니다.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꿰메어 언젠가는 나만의 ‘토지’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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