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그 무엇보다 고요한 방식으로
검은 옷의 여인이 연못 위를 걷는다.
물결은 그녀의 발끝에서 피어나
잎사귀처럼 퍼져 간다.
그녀는 무언가를 찾는 듯하지만,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
찾는 마음이 곧 잃는 마음임을.
물속엔 하늘이 비치고,
그녀의 그림자는 그 하늘을 가른다.
불교에서 말하는 ‘심경(心鏡)’ —
마음이 맑으면 세상도 비친다.
물결은 일어났다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고요만이 남는다.
그녀의 발자국이 사라진 자리에서 —
진짜 자신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