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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er Feb 12. 2024

친구의 뮤지컬 입봉 작품을 보고 왔다

창작자들에게 쓰는 편지처럼 리뷰를 작성하기로 마음먹었다

2024년, 설 연휴 첫날에 친구의 뮤지컬 입봉 작품을 관람했다.

뮤지컬 <ABBA(아바)>

뮤지컬 <아바>, 2024.2.9.

나는 공연 관람을 하면 이야기 속에 100% 빠져들지 못한다.


연극영화과 학생들이 연극과 영화를 볼 때면, 이야기와 장면 연출과 배우 연기를 분석하게 된다던데.

그와 비슷한 것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연영과 학생들은 연극영화계에 자리를 잡고 싶다는 꿈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공연계에서 어떤 자리를 잡고 싶다는 목표는 없다.

그래도 보고 들으며 쌓인 정보가 있어서인지, 공연을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분석을 하며 감상을 한다.


서사가 지루해지지 않도록 대사를 처리한 방법,

배우들 중에 누가 박자를 잘 못 맞추고 누가 박자를 잘 맞추어 어떻게 표시를 해서 도움을 주고받는지,

무대 사고를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노련한 연기,

서로 치고받으며 주고받는 재치 있는 대사,

무대 소품을 무대 위로 들이고 내어가는 것에 배우들이 연기를 활용하는 방식,

무대 뒤 영상 등 효과의 모습과 굳이 그런 영상을 쓴 이유 등을 생각한다.


무대 위 디테일한 면을 본다는 것인데, 한 작품을 보고 나면 공연을 보면서 머릿속에 담아둔 이야깃거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런데 이런 분석적인 리뷰를 쓰면, 무슨 효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창작자들은 감시당한다는 느낌을 받을지 몰라, 부담스럽지 않을까.

공연을 보러 가려던 사람도 질리지는 않을까.

그런 상상을 했다.


그래서 언제나 공연을 보고 나서 내가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전부 담은 리뷰는 쓰지 않았다.

생각했던 것 중 일부만 담아 글을 썼다.


하지만, 이번에 뮤지컬 <ABBA(아바)> 리뷰를 쓰면서는 모든 내용을 담았다.

'너에게 러브레터 보내듯이 쓴 리뷰'라고, 친구에게도 말했다.


배우로 무대에 서는 친구를 응원하려고 예매했다는 것, 공연장과 음악과 스토리 각각에 대한 정보에 나의 경험과 생각을 담았다.

개선했으면 한다는 건의사항도 넣었다.


그동안 공연 리뷰를 써도 단번에 조회수가 두 자리가 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런데, 이번에 쓴 리뷰는 하루 만에 세 자릿수 조회수를 달성해 놀라웠다.


그리고 신이 났다.


사람들이 이런 정보를 찾아서 보는구나.

어떤 것이라도 누군가에게 필요한 내용을 담은 글을 썼구나.

이 글이 도움이 되는구나!


친구와 그의 동료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쓴 글이 되레 내게 영감과 격려가 되었다.


'이런 방식의 리뷰가 내 스타일에 잘 맞나 보다.

내가 이런 걸 잘 쓰나 보다.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친구는 정성스러운 리뷰에 감동을 표현했고, 나는 리뷰에 들어간 정성을 알아준 친구에게 감동했다.

글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누는 법 하나를 찾아냈다.


그래서 앞으로 콘텐츠 리뷰를 쓸 때, 진솔하게 내 생각을 다 담기로 했다.


그리고, '콘텐츠를 감상하는 이' 못지않게, '콘텐츠를 만든 이'가 읽을 것을 염두에 두고 쓸 것이다.


수고로움 뒤에 맺은 결과물의 멋짐을 알고 호평하는 글이 창작자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공연 제작이 아니라도, 공연에 도움이 되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 즐겁다.


요즘 나는 연휴를 맞아 영상 콘텐츠 몰아보기를 하는 것을 제외하면, 하루 몇 작품씩 관람하던 예전만큼 몰아치는 관람은 하지 않는 편이다.


공연 전문가를 꿈꾸던 때에 비해서 콘텐츠 감상의 양은 줄었다.


하지만, 어떤 계기로든 관람하기로 결심하고 접한 작품에 대해서는 진심 어린 애정을 담아 리뷰할 것을 다짐한다.


음, 다 쓰고 보니 이 글은 꼭 선언문 같다 ㅋㅋㅋ



수고로움을 무릅쓰고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창작자(들)에게 쓰는 편지처럼 리뷰를 작성하겠습니다.

그러면, 그대(들), 내내 건강하고 어여쁘소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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