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리에 내가 설 줄은 몰랐다.

by 초이

#1 발표 공포증.


MBTI INFJ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내성적인 성격 탓에 다수의 사람들 앞에서 나의 의견을 얘기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수행평가 발표 공지가 있을 때면 며칠 전부터 발표 상황을 시뮬레이션을 했고, 전날에도 심장이 뛰어 잠을 설쳤던 경우가 다반수였다.


능숙하게 발표를 하는 친구들을 보며 부러움을 느끼는 것도 잠시, 나의 발표 순서가 되었다.

목소리는 자꾸 떨렸고, 시선은 교탁 밑바닥을 향했다. 끝나면 허벅지에 힘이 풀렸고, 온몸이 기진맥진했다.


대학교에 들어와도 그건 크게 다르지 않았다. 팀플의 '팀'자만 들어도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다. 일부러 팀플이 없는 수업을 골라 들었다. 불가피하게 꼭 수강해야 할 일이 생기면 내가 발표자가 되지 않기 위해 역할 회의 중 말수를 줄였고, 자료 정리, PPT 제작을 자처했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들이 내 삶의 일부일 것이라며 생각했고,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홈페이지에서 우연히 ‘홍보대사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다.


oo대학교 홍보대사를 모집합니다.

교내외 홍보 활동, 중고등학교 캠퍼스 투어, 의전 활동 등..


나와는 거리가 먼 일이라고 생각하던 찰나,

문득 예전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 친구들과 함께 대학 탐방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날이었다.
캠퍼스를 걷는 내내 학교를 소개해 주던 홍보대사분들의 모습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학교의 유니폼을 입고

또박또박 말하는 목소리, 밝은 표정, 자신감 있는 모습

그 모습이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던 순간이었다.


다시 차근차근, 모집 공고를 읽어 내려갔다. 이상하게도 마음 한편이 뛸 듯 설렜다.
고등학생 시절,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봤던 그 선배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과연 이걸 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파도처럼 몰려왔다.

‘그래도… 지원은 자유니까.’ 그날 밤, 수십 번을 망설이다 결국 지원서를 작성했다.


손끝은 떨렸고, ‘저장’ 버튼을 누른 직후 심장은 이상하리만치 두근거렸다.
두려움과 설렘이 동시에 차오르는 낯선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