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이 좋다.

마음먹는대로 운이 흐르나? 내 운은 어디서 어디로 흐르는 중일까? 

분명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일 복이 없다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취업의 문턱은 높았고,
무리없이 해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직업의 꿈은 좌절됐다.

그렇게 첫 회사에 입사했고,
업무가 적당하지만 굉장히 재미있는 투자사에서 근무했다.
초년생이었기에 할 줄아는 업무스킬도 많지 않을 때라
경영지원팀의 막내로 조금을 루즈하게 지냈다.

당시, 회사에서 이벤트가 많아 즐거웠지만 
업무적으로 지루했다.
초년생이니 성장을 쫓는 건 당연하다.
그 곳에서 성장 로드맵이 타의에 의해 막혀 나는 퇴사를 결심했다.

그 이후, 일 복이 없던 나는 갑자기 일 복이 터지기 시작했다.
좋게 말해 일 복이지...
사실상 가시밭길을 걷기 시작했다.

나를 보호해 주는 든든한 조직도 없었고,
업무를 가르쳐주는 사수도 없었으며,
난생 처음 알게 된 프로젝트를 맡아야 했다.

프리랜서와 직원 그 어디쯤의 상태로 HR업에 발을 들였다.

세상엔 참 다양한 프로젝트가 많다.
그래도 처음 접한 건 지금 하는일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작디 작은 프로젝트다. 
(그때 지금 회사를 알았다면 달라졌을까? 후배들을 보면서 생각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제안서를 썼다. 
지금 생각하면 제안서라기보다는 나에게 월급을 주는 
강사님의 프로필과 아젠다정도라고 볼 수 있는 문서였다.

좋은 것을 볼 기회가 없었다.
그저 지금 본 가장 최고의 것에서 좋은 것들을 흡수할 뿐.
하지만 느낌적으로 이게 전부가 아닌 것 같았다.
진짜 제대로 알고 일하고 싶었다.

그렇게 겁 없이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왔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지나고 보니 정말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많이 했다.
진짜 프로젝트라고 부를 수 있는 단위 사업을 맡기 시작하면서
나에게는 몇가지 기준이 생겼다.

1. 내가 맡는 프로젝트의 성격은 사람을 성장시키는 목적을 가진 사업이어야 한다.
2. 나는 점점 더 큰(사업예산) 프로젝트를 할 것이다.
3. 해보지 않았던 프로젝트를 경험한다면 땡큐다.

기회가 주어지면 무조건 붙잡았다.
사실 온전한 조직에 보호를 받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생계를 위해서도 누군가 "일 해볼래?"라고 물었을 때 거절할 수 없었지만
그게 뭔지 알고 싶은 내적 욕망이 더 컸던 것 같다.

철저한 경험주의자라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봐야 
이건 왜 똥이고, 이건 왜 된장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해보지 않은 새로운 프로젝트들은 아직도 이렇게 모르는게 많다는 결핍과 함께 모르면 알아야지! 하는 도전 의식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기업교육, 공공사업, 행사, 정부사업, 해외사업까지
정말 많은 프로젝트들을 경험했다.
첫 직장 이후 10년정도가 지난 지금 생각하면 정말 많이 컸다.
이제는 혼자 몇십억되는 프로젝트도 총괄로 진행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 가만히 생각해보면,
업무적으로 도움 받을 곳 없던 상황에서도
모든 프로젝트들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 건 운이 참 좋아서 같다.
혼자 끙끙 애 쓰고 있는게 안쓰러웠는지
전혀 관련 없는 다른 회사 사람이 도와주고(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상위기관 담당자가 도와주고
협력사에서 도와주고
관리하는 하위기관에서 도와주고
지나다 알게 되는 강사님들이 도와줬다.

과정이 참 힘들긴 했지만,
도와주신 분들을 생각하면 참 감사하다.
그들 덕에 모든 것들 해 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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