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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지희 Dec 26. 2024

시기 2

남이 내가 될 수 없다고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해도 나도 평범한 사람이기에 모든 감정을 느끼며 시기하는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가장 처음 기억나는 시기에 대한 에피소드가 초등학생 때라면 가장 최근 떠오르는 일은 올해 초다.


이제 웬만한 일에는 샘나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초, 한 분을 만났을 때 굉장히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 분은 나와 같은 여성이었고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나와 기질과 성향이 매우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분의 인생에 대해 알게 되면서 내가 지금까지 살았던 삶 속에서 내 약점이라 느꼈던, 열등감이 올라올 무언가가 있었고 내가 그렇게 가지고 싶었지만 가질 수 없었던 걸 가진 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진심으로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더군다나 인품까지 훌륭하셔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본인이 하고자 하는 바를 향해 묵묵히 걸어가고 계셨다. 순간 나도 그러한 것들이 채워졌으면 이 분처럼 살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며 너무 부러운 마음에 눈물샘이 터졌다. 나만 있는 자리가 아니어서 혼자 훌쩍대며 가까스로 흐르려는 눈물을 참아냈지만 진짜 부러운 마음이 든 게 오랜만이기도 하고 내 삶과 비교가 되며 순간 내가 조금 안쓰러워졌다.


다행히 이 마음과 기분이 오래가진 않았다. 그날은 부러움과 내가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하루가 심란한 날이었지만 잠을 자고 일어나 내가 좋아하는 차를 마시며 문득 드는 생각이 다 나름의 고충이 있고 내가 아는 면이 전부가 아니며 설령 모든 면에서 나보다 뛰어나다 하더라고 나는 나고 그분은 그분이다라는 것이었다.


현재 나는 나의 삶에 만족하고 있고 그때 못 가진 부분이 샘이 나면 스스로 열심히 살아서 그 간극을 메꾸면 된다. 설령 그분이 가진 것들을 내가 가셨다 해도 같은 결과가 나올 거라는 보장도 없다. 그렇게 결론짓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고 한번 더 나를 돌아보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주신 분이 생겨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올라왔다. 정신승리의 아이콘 누구야? 나야 나.


지금 나는 누가 봐도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 중에 한 명이지만 내가 이렇게 하는데에는 앞으로 내가 하고자 하는 방향성이 확실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지 않나 싶다. 나는 억지로가 되지 않는 사람이어서 내 하루를 내 선택에 의해 채워가는 순간순간들이 감사하고 즐겁다. 무엇이 되었든 주체적으로 사는 삶은 즐거우니까.


2024년의 마지막 페이지를 향해 걸어가는 요즘,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오르는데 시작과 끝엔 늘 감사함이 있기를. 지희 화이팅!


일출 8시간 후.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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