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현실적인 동해 스쿠버다이빙
이런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 스쿠버다이빙이 처음이시거나 초보이신 분
· 스쿠버다이빙 도전을 고민하고 계신 분
· 동해 스쿠버다이빙이 궁금하신 분
나는 이제 막 스쿠버 다이빙에 빠진 데이터 분석가다.
현재 다이빙 로그 수는 단 5회.
뉴비의 미숙함과 앞으로의 성장기를 담백하고 담담하게 적어가려 한다.
블로그 쓰기 참으로 좋은 일요일 저녁이다.
누군가에게는 초심자 설명서로, 누군가에겐 그날의 추억으로 이 글이 읽히기를 바란다.
2024년 8월 23일 금요일 저녁 5시.
회사 사내 메신저가 요란하다.
'1층에서 기다릴게요', '화장실만 들렀다 가죠', '저희 차에 몇 명 타요?'
오늘은 사내 스쿠버 다이빙 동호회에서 동해로 다이빙 모임을 하러 가는 날이다.
일 얘기로 가득한 사내 메신저 한켠엔 퇴근과 동시에 동해로 출발하려는 직장인들의 수다가 오간다.
무더운 여름,
한 주의 마지막인 금요일이라 바쁘고 정신없을 테지만, 텍스트에 보이는 동호회원 얼굴엔 설렘이 가득해 보였다.
6시 정각, 퇴근 버튼을 눌렀다.
딱히 놀러 가는 것을 티 내고 싶지 않았지만, 첫 펀다이빙을 앞둔 내 표정은 설렘을 감추지 못했나 보다.
무더위와 업무에 지치고 땀에 절은 내 얼굴을 어느 정도 숨길 생각도 못했는지, 함께 차를 타고 갈 동호회원 얼굴을 보니 나도 모르게 함박웃음이 절로 났다.
금요일 6시 퇴근길의 판교 도로는 주차장이 따로 없었다.
아직은 해가 늦게 지는 여름임에도 노을이 질 때까지 차는 판교를 벗어나지 못했다.
판교를 벗어나는 길 저 멀리 회사가 보인다.
쉽사리 고속도로에 접어들지 못했지만, 함께 있는 동료들은 차 막힘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였다.
오늘 우리 목적지까지 196km.
막힐 것을 우려해 저녁까지 거르고 달린 우리는 휴게소에서 간단히 끼니를 때웠다.
저녁 9시를 향해 가고 있던 시간이라 마땅한 곳이 있을까 걱정했지만 모든 가게들이 오늘 마지막 영업을 위해 열심히 운영되고 있었고, 그 모습은 마치 여름밤 야시장 같아 보였다.
누가 봐도 기분 좋게 허기를 달랜 우리는 다시 목적지로 향했다.
다시 목적지를 향하던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며 문득 든 생각인데..
운전자와 그 옆에 운전자를 보조하는 조수석에 앉은 자. 그리고 뒤에 앉아 열심히 대화 주제를 던지던 나..
누가 특별히 말하지 않아도 각자 알아서 제 역할을 하려고 안간힘을 쓰려는 셋의 모습이 정겹다.
'저 건물 뭐라고 읽는 거지..', '와 바닷가 앞에 엄청 크고 세련되어 보이는 곳에 사는 기분은 어떨까'
..라고 생각한 건물이 오늘 내가 묵을 숙소였다.
컨피네스 오션 스위트 호텔.
오픈워터를 따기 위해 두 번 동해를 방문했고,
늘 2만 원짜리 스쿠버 다이빙 리조트 내 게하를 이용했던 내게...호텔..?!
차에서 내린 내 동료들의 로그 수는 족히 50은 넘었음에도 그들 또한 2박 3일 동안 묵을 숙소를 보고 벌어지는 입을 닫지 못했다.
4시간에 걸친 운전과 동행에 대한 피로는 숙소 조명을 보고 달아났고, 숙박 비용 일부를 회사에서 지원해 준다는 소식은 오히려 기운 나게 만들었다.
2박 3일 동안 빌린 객실은 총 세 개.
각 객실별 방도 세 개로 동호회원 스무 명이 자기에는 충분했다.
공간도 충분했지만 인테리어와 시설이 만족감을 더했다. 넓은 공간과 오션뷰, 그리고 깔끔한 두 개의 욕실을 보기만 해도 내일 다이빙 후 쉴 곳이라는 사실에..내 몸은 벌써부터 다이빙에 무리해도 좋다고 내게 말했다.
장을 봤다. 정확히는 동호회 총무인 선배가 장을 '미리' 봐주셨다.
오늘 휴가였던 선배는 일찍 동해로 출발했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한 카트 가득 야무지게 담아주셨다.
대학을 졸업한 지 10년. 넘치게 담긴 음식들을 보자 대학 시절 MT가 떠올랐고 그때 그날의 설렘이 느껴졌다.
그래 맞다. 나는 스쿠버 다이빙을 하러 왔다.
아니다. 냉장고를 연 순간 '술쿠버 다이빙'을 하러 왔다고 마음을 바꿨다.
미안하다. 사실 난 술을 한 잔도 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냉장고 가득 찬 술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들뜨더이다.
그럴 수밖에.
이 회사에서 가입한 첫 동호회. 첫 동호회 여행.
첫 펀 다이빙. 처음 보는 동료들.
동해로 오는 길 내내 내 머릿속에 가득했던 다이빙에 대한 생각은, 냉장고를 연 순간 가득 찬 술병들처럼 내일 다이빙 후 즐겁게 웃고 떠들며 서로 알아갈 생각으로 가득 찼다.
숙소 앞엔 내일 우리를 싣고 바다로 나갈 배가 정박해 있다.
평범한 밤바다와 배뿐이었음에도 내 생에 두 번째 스쿠버 다이빙 리조트가 내 눈엔 신기하다.
다이빙 장비를 두러 간 리조트에는 동호회장님과 리조트 사장님이 내일 다이빙 일정을 열심히 세우고 계셨다. 자정에 거의 다다른 시간임에도 그들 얼굴에는 생기와 웃음이 가득했다.
밤바다..달..동호회원들과의 첫 다이빙..여행..
설렘과 기대, 감성으로 가득 차기 충분했지만..
마음 한켠에는 걱정이 자리했다.
23명이 함께 할 이번 여행에 오픈워터는 나 혼자 뿐이었다. 15m도 간신히 내려간 난데 20m를 내려갈 수 있을까..내가 못하면 다 같이 상승해야 하는데.. 밀려오는 부담감에 나는 미소를 끝내 완성 짓지 못했다.
나이 서른 근육빵빵 곰 같은 남자가 달님에게 빌었다.
'달님 내일은 부디 제가 동료들에게 피해 안 끼치게 해 주세요. 용감하게 줄 잡고 내려가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