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시간이었는데 슈가가 보이지 않는다. 주먹만한 녀석을 묶어두기 안쓰러워 풀어놓은 것이 실수였다. 신이가 알면 어찌할 것인가? 슈가가 집에 온 이후 엄마를 찾던 신이도 마음이 풀린 듯 보였는데. 녀석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즈밍은 다급하다.
신이는 유치원에서 그림을 그리던 중 문득 엄마가 떠올랐다. 마음만큼은 늘 함께일 거라고 했던 엄마는 내내 병원에 누워있다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신이는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졌다. 얼마 전 본 영화에서 사람이 강아지로 환생하기도 하던데. 어쩌면 아빠가 데려온 강아지가 엄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슈가가 빨리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다.
어린 강아지도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처럼 가고자 하는 방향이 없나 보다. 그저 앞으로 전진하다가 꼬꾸라지거나 질주하기를 반복하던 슈가는 이제 제법 산책에 적응이 된 것 같았다. 보드라운 햇살에 인사하듯 녀석의 꼬리는 부지런히 흔들리고 나는 기분 좋게 밴치에 앉아 책을 들었다. 식후 졸음이 몰려왔고 아주 잠깐 졸았을 뿐인데 슈가가 보이지 않는다. 그 작은 녀석이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