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떠올리며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명장면을 꼽으라고 하면 대체로 주인공 귀도가 사살당할 위기에서 아들 조수아를 위해 병정놀이를 하는 장면이겠다. 나 역시 이 장면은 잊히지 않고 오랜 시간 뇌리에 머물러있다. 삶의 역설을 최고의 방어기제인 '유머'로 승화시킨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귀도의 판단이 옳았을까 라는 의문이 생겼다. 그 계기는 사춘기 아이와 다시 이 영화를 보고 난 후부터였다.
영화 속 주인공 귀도는 수용소에서 아들 조수아를 안심시키기 위해 모든 것이 게임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딸아이는 이 점부터가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 무엇을 위한 거짓말인가? 그렇게 똑똑했던 아이가 정말 아버지 말을 믿을 수 있다고?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순간 나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가 지나친 이상주의 영화가 아닐까 생각했다. 각종 영화제 수상 이력에 영화를 감히 평가하지 못 했던 것 같다. 영화가 아름다운 건 영화이기 때문일 것이다. 조수아가 다 자라서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떤 마음이 들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지독한 역설이다. 분명함 속에 모호함이고 천국과 지옥을 수시로 오가며 인간은 혐오스럽다가도 사랑스럽고 인생은 고통스럽지만 아름답다는 역설. 나는 딸아이가 언제쯤 삶의 모호함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