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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인 Sep 05. 2024

잠은 죽음을 닮았다

늘 제정신으로 산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마침 주문한 커피 한 잔. 해인은 지난밤 벌어진 일들에 대해서 생각했다. 검은 구름과 씁쓸한 향기가 독소처럼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사람들은 여유로워 보였다. 카페 안 커피 내리는 소리에 짜증이 났다. 음악은 들리지 않았다. 커피 한 잔과 달콤한 브런치를 즐기는 이 순간에도 해인은 지난밤 저주받은 시간이 떠올랐다. 저들도 무언가 숨기고 있겠지. 


아침에 눈을 뜨기도 전에 해인은 중얼거렸다. 위선자, 패배자, 가식 덩어리... 눈을 뜨면 사라지곤 하는 그녀의 그림자를 부둥켜안고 해인은 화장실로 향했다. 두 눈을 질끈 감고 힘을 주는 그 순간 뱃속에서 무언가 밀려 나왔다. 다행이다. 그저 매일 쏟아내던 배설물일 뿐이다. 잠깐이었지만 해인은 용서받은 기분이 들었다. 


기어코 아침이 왔다. 만약 태양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어땠을까? 잠에서 깨어나지 못해도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고개를 떨구니 커피가 식었다. 해인은 커피잔 안에 꼼짝없이 갇혀있던 구름을 놓아주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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