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잠든 줄 알았는데 우연히 부딪힌 입술. 까칠한 표피와 건조한 숨결. 그것이 누구의 것인지 알고 나니 눈물이 흘렀다. 수년동안 남편과 한 침대에서 몸을 섞었지만 지난밤 입술만큼 낯선 입술은 없었다. 눈물은 왜 흘렀을까. 매일밤 잠자리에 들 때면 나는 그저 온기를 찾아서 침대 위를 더듬는다. 내가 그리운 건 사람의 온기일까 남편이 사랑일까. 내 손바닥을 남편의 손바닥과 밀착시키고 난 후에야 비로소 나는 잠을 청하곤 했는데. 지난밤 꿈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우연히 부딪힌 남편의 입술도 내 입술을 찾았고 아주 오랜만에 우리는 부부의 밤을 보낼 수 있었다. 아주아주 오랜만에. 우리가 사랑을 나눈 건 우연일까 본능일까, 그것도 아니면 사랑일까. 푸석해진 나의 입술처럼 사랑 참 잔인하다.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고 나는 어느새 현실인지 꿈인지 모를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꿈이라면 깨지 말거라. 영원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