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인 Sep 18. 2024

짝사랑의 기억

당시 나에게는 남자친구가 있었다. 남자친구와는 첫사랑이었다. 시작은 우리도 더없이 깊이 사랑했다. 하지만 그와 헤어진 이유는 어처구니없게도 짝사랑 때문이었다. 누군가를 나보다 사랑했던 과거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경험은 씁쓸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첫사랑을 하는 동안 짝사랑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나는 경악했다. 


사랑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느냐고? 사랑은 공평하지 않다. 애초부터 편협하고 집요하다. 사랑은 이기적이고 충동적이다. 사랑해서라는 변명은 언제나 맥없이 통한다. 누구는 사랑이 많고 또 다른 누구는 사랑이 어렵다. 사랑은 경험적이기도 하다. 사랑받거나 거부되었던 과거의 경험은 우리를 사랑스럽거나 움츠러들게 만든다. 


시작도 못해 본 애타는 사랑은 좀처럼 식지도 않는다. 짝사랑은 훔쳐보는 맛이고 착각하는 맛이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반응하고 때때로 심장이 내려앉아 죽을 것 같은 마음이다. 그의 눈빛을 마음대로 해석하고 모든 시나리오의 주인공을 나로 만들어 버리는, 결국은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어도 좋을 기억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함께 외로운 사람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