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생들을 보면, 어린 시절부터 진로와 관련된 고민을 깊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히 장래희망을 그려보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그 길을 먼저 걸어보려는 ‘실험 정신’을 발휘하곤 하지요.
사업가가 되는 것이 꿈인 우리 반의 한 학생은 낚시를 무척 좋아합니다. 주말마다 전국을 다니며 낚시를 즐길 만큼 열정이 깊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물고기에 대한 지식도 풍부해졌습니다. 그래서 이 강점을 살려 중학교 시절부터 물고기 분양과 관련된 작은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때로는 이익을 남기기도 했고, 때로는 손해를 보기도 했지요.
수업 시간에 자주 졸곤있는 모습을 보여서 ‘얘는 커서 뭐가 되려나’ 싶은 걱정이 들기도 했는데, 사실은 자기 방식대로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은 물고기 분양 사업을 접고 착실히 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맞춤 정장 사업을 고민하는 친구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할 수 있는 위치가 되었습니다. 자신의 사업 실패 경험을 숨김없이 이야기하고, 어떻게 보완하면 더 나아질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모습을 보니 ‘미래의 창업가’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또 한 명의 학생은 법조인이 되는 것이 꿈입니다. 그 학생은 어릴 때부터 동생과 함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영상을 제작하고 구독자를 모았습니다. 지금은 학업에 집중하느라 유튜브를 운영하지 않지만 저는 그 경험이 앞으로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변호사, 의사 같은 전문직도 단순히 전문성을 갖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대중과 소통하고, 자신을 알리는 능력이 함께 요구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죠. 어린 시절 쌓은 자기 PR 경험은 장차 법률가로 성장해서도, 전문성과 마케팅 능력을 함께 발휘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등학교에 있다 보면 대학과 연계된 수업을 들을 기회가 종종 주어집니다. 제가 담당하는 영화 동아리의 한 1학년 학생은 방학을 이용해 대학에서 영상 제작 강의를 수강했습니다. 그때 배운 촬영 기법을 동아리 활동에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더 나아가 실무 경험이 풍부한 교수님께 피드백을 요청하며 작품을 다듬었습니다.
제가 학생이었을 때만 해도 성적에 맞춰 대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지금도 대학의 이름값이 가지는 힘은 무시할 수 없지만, 요즘 학생들은 조금 다른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흥미와 적성에 맞는 전공을 중심으로 대학을 고르며, 그 과정에서 ‘실무 경험을 얼마나 쌓았는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듯합니다.
Z세대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디지털을 무기로 삼는다는 점입니다. SNS를 능숙하게 다루며, 그 플랫폼을 통해 전혀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사람에게도 주저 없이 다가갑니다. 멘토를 만나 조언을 듣고,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냅니다.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는 한 학생은 자신이 존경하는 뮤지션에게 직접 연락해 음악을 배우고 있습니다. 또 무대 감각을 익히고 싶다며 홀로 버스킹 공연을 나가기도 합니다. 배우를 꿈꾸는 또 다른 학생은 자신의 공연 장면을 편집해 유튜브에 올린 뒤, 댓글을 통해 사람들의 반응을 읽으며 성장의 자양분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모습을 보며 정김경숙 작가의 책 《구글 임원에서 실리콘밸리 알바생이 되었습니다》가 떠올랐습니다. 책 속에서 미국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실무 경험을 쌓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이제 한국 학생들도 비슷한 길을 걸어가고 있는 듯합니다.
Z세대를 지켜보면 흥미롭게도 두 갈래로 나뉩니다.
한쪽은 실패를 두려워한 나머지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학생들입니다. 완벽한 준비가 되기를 기다리지만, 그 순간은 쉽게 오지 않습니다. 결국 안전한 선택만 반복하며 새로운 길을 내딛지 못합니다.
반면 또 다른 쪽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학생들입니다. 작은 실험이라도 몸소 부딪히며 배우고, 그 경험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습니다. 이들은 사업, 콘텐츠 제작, 음악, 영상, SNS 네트워킹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미 직장 생활과 닮은 경험을 차곡차곡 쌓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들이 사회에 진출했을 때, 두 부류의 차이는 더욱 선명해질 것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태도는 조직 안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기 어렵게 만들지만, 실패 속에서 배우려는 태도는 곧 혁신과 창의성으로 이어집니다.
물론 창의성이 높다는 것은 기존 세대와 잦은 마찰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마찰 자체가 조직이 앞으로 나아가고 변화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도전과 실험 속에서 길러진 Z세대의 에너지가, 앞으로의 직장을 더 유연하고, 더 역동적이며, 더 가능성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갈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