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의 유흥 그리고 대화
남편이 늦은 퇴근으로 늦은 저녁을 먹게 되었다.
요즘 살기가 너무 힘들다고 한다. 안 힘들면 그게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겠지.
여기저기 운전하면서 다니는데 택시 기사보다 많이 운전하는 것 같다.
안 그래도 팍팍한 살림에 최근 대출이 늘어서 감당하는 데 힘이 들었다.
이리 쪼개고 저리 쪼개도 답은 없다.
나도 그저 한숨만 나오는데 남편은 오죽하겠나?
그래도 어렵고 힘든 고단한 하루의 마지막을 잠깐의 유흥으로 우리는 행복을 맛보려 한다.
잠깐의 유흥을 하기 위해 늦은 저녁을 먹는 남편과 술 한 잔씩 한다.
행복을 즐기기 위해 마트에서 사 온 호주산 소고기 만 원짜리 한 팩을 꺼냈다.
식탁에 술잔과 소주, 맥주를 놓고 소고기를 남편이 구워서 접시에 놨다.
우리만 먹을 수 없어 딸아이와 늦둥이 아들을 불러서 한 점씩 먹어 보라고 했다.
아들은 한 점에 떨어져 나갔다. 좋아하는 고기가 아니다. (앗싸~ 안주가 넉넉하겠군)
고2 딸아이는 음. 음. 하면서 잘 도 먹는다. (복병이다)
술 한 잔에 고기 한 점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물론 즐거운 이야기만 했다.
이야기하다가 딸아이를 보면서 남편이 그런다.
우리 딸! 남자 친구 없니? 혹시 관심 있는 친구는 있니?
아니 없어! 딱 잘라 말한다. (딸아이는 동글동글하며 성격도 털털하고 끊고 맺음이 확실하다. )
그동안에는 '없어'라는 한마디 말하고 말더니 이번에는 딸아이가 한마디 더 했다.
딸: 시집은 가겠지
아빠: 어! 있어?
엄마: 어떻게?
딸 : 설마 누구 한 놈 걸려 넘어지겠지!
엄마, 아빠: 하하하
우리는 빵 터져버렸다.
이 버전 늘 남편이 나에게 했던 버전인데 이제는 딸아이 입에서 나온다.
와 우리 딸 멋지다.
최근 들어 생각하는 것이 있다.
딸아이는 시집을 들이고 늦둥이 아들은 장가보낸다고 생각하고 있다.
딸아이는 살림에 영 소질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장가 오는 사위에게 어쩌면 미안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위는 자상하고 곰살맞은 사람이었으면 한다. 오롯이 이 생각은 딸만 생각해서 하는 엄마 생각인 것이다.
늦둥이 아들은 어리지만, 사람을 살피는데 소질이 있고 살림을 가르치면 잘할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든다.
며느리에게 장가보내면 가정생활을 동등하게 잘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우리의 잠깐의 유흥과 행복이 웃음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문제 해결은 없지만 고단한 오늘 마무리를 딸아이 때문에 웃음으로 마무리했다.
내일도 열심히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한다.
이 웃음을 유지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