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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둥이 입학식

철없는 엄마, 아들

by 또복희연

3월 4일 입학식이 있었다.

내 나이 48세이다. 너무 늦게 낳은 늦둥이 아들 이제야 초등학교 입학을 한다.

딸을 학교 보내고 무려 10년 만에 다시 초등학교를 보내게 되었다.

새삼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한다.

엄마나 아들이나 철이 없다.

한글도 못 떼고 학교 들어가는 아들은 걱정도 없고 즐겁기만 하다. 엄마는 그런 아들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이런 엄마와 아들을 샘을 내는 것인지 날씨가 심술을 부린다.

눈이 오고 바람도 불고 있었다. 우산을 쓰고 아들 손을 잡고 학교로 갔다.


딸아이가 다니던 학교였는데 10년 만에 정문을 통화하면서 보니 새 건물이 지어져 있었다.

선생님들께서 새로 지은 체육관으로 길을 안내하고 계셨다.

올해 지은 체육관은 아이들이 운동하기에 아주 좋아 보였다. 깔끔하고 시설도 좋아 보였다.

딸아이 다닐 때는 지금보다 작은 체육관에 한 반에 27~28명 정도 되는 아이들을 11반이나 있었는데 지금은 5반에 겨우 21명으로 넓게 앉게 되어 있었다. 인구 절벽이라고 뉴스에서 떠들더니 정말 실감하는 순간이다. 우리 동네는 아이가 적은 동네가 아니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인 줄 몰랐다. 다른 학교는 한 반 겨우 생겼다고 하는 곳도 어느 곳은 폐교를 겨우 막았다는 소식도 들었다.

다들 모여서 입학식을 시작하고 교장선생님 말씀을 듣게 되었다. 아이들 수준에 맞게 생활하고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학부모님들 걱정하지 마시라고 신신당부의 말씀을 하시면서 우리 학교는 안전하며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말씀 하셨다. 입학식이 끝나고 각반으로 아이들이 선생님을 따라서 교실로 이동하고 학부모님들은 교장 선생님의 부모 교육 5분을 더 듣고 각 반으로 이동하였다.


교실에는 책상에 번호와 이름이 적혀 있었다. 번호는 가나다순으로 정해져 있었다.

책상에 앉아 있는 아들을 보니 이제야 실감이 났다. 내가 이제 초등학생 학부모라는 걸 말이다. 실감하고 나니 걱정이 앞선다. 아이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 혹시라도 못 따라가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이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걱정은 걱정일 뿐이다. 우리 아들은 좋아서 웃는다. 담임선생님께서 나눠준 동의서를 내고 돌아가도 좋다고 하셨다. 아들의 손을 잡고 선생님께 인사하고 교실을 나와 실내화는 신발장 번호에 맞게 놓고 빈 실내화 가방을 손에 들고 나왔다.

나오자마자 우리 아들은 엄마! 선생님이 좋은 분 같아요!라고 했다. 나는 그래? 다행이네!라고 답했다. 학교 정문을 나와 집까지 20분 정도 걸린다. 우리는 손을 잡고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첫 등교를 마치게 되었다.

나는 첫 등굣길이 싫다고 하지 않은 아들에게 고마웠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게 좀 느린 아이인데 기분은 최고인 듯하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저 어린아이인 줄 알았는데 그래도 잘 따라서 하는 것 같아 다행이고 대견스럽다.

문득 이상하다고 생각을 했다. 나이 탓인지 모르겠다.

딸아이는 입학하고 학업에도 걱정이 없었는데 아들은 걱정이 앞선다.

아들은 말도 못 알아먹는 것 같고, 대답만 건성건성이니 걱정이 안 될 수 없어 한숨이 절로 난다.

그래도 한 발짝 잘 떼었으니 잘 걸어 나가리라 생각한다.

우리 막둥이의 찬란한 학교생활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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