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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레스미 Nov 06. 2024

아침형 인간 잠시 체험권


우리 집에서

고속도로를 40분쯤 달리면

한인마트에 갈 수 있다.





갈 때마다 눈이 돌아가

나도 모르게

쓸어 담게 되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쯤

쌀이 떨어지면 가는 곳이다.





오픈 시간에 맞춰 가기 위해

알람을 맞췄다.





근데 이상하네...





개운하게 자고,

눈이 말짱하게 떠질 때까지

알람은 조용했다.





콘솔 위의 시계를 보니

늦잠을 잔 게 맞는데

왜 안 울리지??





가만히 누워서

눈만 껌뻑껌뻑





배터리가 나갔나 싶어

핸드폰을 보니

늦잠은커녕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일어난 것이었다.





엥???





알고 보니

오늘부터 서머타임 해제!!





미국에서는

Daylight Saving Time이라고 해서

하루를 일찍 시작하고 일찍 잠들면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며

지금껏 실시하고 있다.





3월 두 번째 일요일에 시작되고

11월 첫 번째 일요일에 끝.





서머타임이 시작되면

한 시간씩 앞 당겨진 생활을

하는 것이다.





즉,

학교도 회사도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시작되고

끝이 나면

빨라졌던 한 시간이

제 자리로 돌아가는 생활이 된다.





오늘이

끝나는 일요일이었던 것이다.





나 같은 아침잠 많은 사람들은

오늘

환호로 시작했을 게 분명하다.





그 한 시간을 더 잤을 뿐인데

이리 개운할 수가 없네!





아침의 5분이

오후의 1시간과

맞먹는 존재감인데





시간을 번 것 같은 기분에

여유가 넘친다.





이래서들

미라클 모닝을 하는가 보네~~





월요일인 내일도

더 자고 일어날 수 있다 생각하니

저절로 콧노래다.





서머타임이 시작하던 날은

온 식구가 울상으로 일어났었는데

천국이로구나ㅎㅎㅎㅎㅎ





음악을 틀어놓고

운전하며 가는 길 내내

 단풍 구경에 쏙 빠져본다.





그냥

이대로 쭉 달려

어디로 갔으면 좋겠네..





하지만

현실은

마트 주차장.





요리조리 카트를 끌며

야무지게 채우기 시작한다.





한인이 운영을 하고

한식재료가 많아

한인마트로 부르지만

다른 아시안 식재료도 많은 곳이다.





한국에 살던 때만큼

원하는 것, 필요한 것들을

구하진 못해도

 아쉬움을 달랠 정도는

되는 분위기다.





더더더 시골에서도 살아 본 적 있는

우리 식구들에겐

구원자이며 생명의 은인 수준이다.





필요한 것만 산다는 각오로

시작하였건만

어느새 수북하니

코너 돌기가 힘들어질 때쯤

겨우 마무리다.





캐셔는

세 번 둘러 감은 영수증을

내 손에 쥐여줬다.

맞게 계산이 되었는지

확인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

영수증이었다.





오늘 저녁은  

월요일 앞두고 기름칠 좀 해야지?!





이번 주말은

기온이 살짝 올랐으니

지금이다 싶어

죄다 챙겨 밖에다 상을 차렸다.



고기 구워 먹는 날은

고기 먹으니 좋고  

반찬 필요 없어 더 좋고!!





미국 삼겹살은

수육용인가 싶을 정도로 두꺼워서

상에서 구워 먹기는 좀 힘들다.





남편이

그릴에서 초벌을 해 오면

상에서 마저 구워 먹는 식이다.





가스버너를

가운데에 올릴까 하다가





가만있어 보자...

우리가 화구 있는 테이블을 샀잖아???





물론

불멍 용도로

분위기 내라고 장착된 화구이지만

프로판가스로 작동이 되니

불의 세기는 의심할 필요가 없다.





그러니

이건 한국인에게

불멍 그 이상의 쓰임이 있겠는데?





이걸

그냥 지나친다면

 한국인이라 할 수 없다.





도전!!



화구 뚜껑을 열고

그 주변을 둘러싼 강화유리에

팬을 올리니 딱 걸쳐지네??





불 세기까지 조절되니

완벽하다.





어떻게든 구워보겠다고

의지의 한국인





그 어느 분께서

아름답게 분위기 내라고

만들어 주신 이것을

한국 생활 밀착형으로

응용해서

고기를 굽고 앉아 있으니

나도 웃긴다.





후식으로

감자 좀 포일에 싸서 던져 놓을까





술안주로

쥐포 좀 올려놔 볼까










제작자님,

고상하게 사용 못 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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