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옛날이여~~~
나는 한국에서
비서, 승무원, 강사, 교수의 타이틀이 있던
삶이었다.
미국 이주 후,
내 인생은 초기화가 되었고
우울증에 잡아먹혀 버렸다.
내가 지금 여기서
이렇게 썩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뿐이었고
'한국에 돌아가면, 돌아가기만 하면'
이라는 말만 입에 달고 살았다.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건
친구들, 동기들의 소식이었다.
다들 잘 나가는구나..
나도 지금쯤이면..
털썩..
그렇게
지하 10층, 100층.. 끝없이 가라앉는 동안
깨달은 건 딱 하나.
나를 구할 수 있는 건
나뿐이라는 것이다.
솔직히
그 누구의 말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생각해 주는 마음을 봐서
그냥 듣고 있긴 했지만
남 얘기라 참 쉽구나 싶은 이야기들뿐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엔 항상 그놈의 힘내라는 말.
그러니까 어떻게 힘을 내냐고~~~ 어???
너 같으면 힘이 나겠냐고!! 어?????
돌아오지 않는 이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에
정말 미쳐 돌아버릴 것 같았다.
하루 종일
이리저리 머리 굴리고 손품 팔며 생각했다.
이 타국에서
소수민족 출신의 이민자인 내가
뭘 해야
유리하게 진입할 수 있을까?
뭘 해야
오랫동안 할 수 있을까?
뭘 해야
내 자존심을, 자존감을 지킬 수 있을까?
뭘 해야
내가 만족스러울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하던걸 하는 게 제일 빠르고,
자신 있지 않나 싶어
전공 쪽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것을 찾아보았다.
내 눈에 들어온 건 바로,
'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때마침
하늘이 도와 K 콘텐츠의 위상이
하늘을 찌르고 있으니
타이밍도 아주 죽여주네.
학점은행제를 통해
1년 반 정도 걸려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과정을 이수했고
전문 학사를 따게 됐다.
그리고
드디어 한국어 교사 자격증을 손에 넣었다.
물론
자격증 없이 활동하시는 분들도 많다.
나는 다만,
나에게서 배우는 한글이
그들에게는 첫 경험인 건데
그리고
나에게서 배운 걸 전부라 여기고
철석같이 믿을 텐데
절대 허투루 하고 싶지 않았다.
믿음을 보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난 한국인이니까!
한글이니까!!
물론
가르치는 법을 배우면
써먹어야 하는 나에게도 좋은 거 아닌가?!
1년여의 준비 시간을 마치고
가르칠 수 있는 곳을 알아보았지만
여의치 않았다.
대 도시가 아닌 이상
오프라인으로
한국어교육이 이뤄지는 곳은 없었고
거의 온라인 플랫폼의 시장이었다.
이걸 어쩌나 하며 허송세월을 보내다가
우연히 지역 커뮤니티를 발견.
오 마이...
한국어 수업도 하신단다!
하늘도 내가 불쌍했구나!!
문을 두드렸고
감사하게도 나에게 기회가 열렸다.
오늘이 바로 그 첫날!!!
음악, 무용, 미술을 가르치는 아트센터.
이곳에서
한글 수업과 한국 문화 행사도 열린다.
첫날이라 일단 참관인데
오마나~~ 왜 이렇게 긴장되는 거니~~~
너무 감동적이었다.
아시안이면
무조건
중국인이냐 일본인이냐 묻는 이 나라에서
한국어를 배우겠다고
제 발로 걸어 들어온 사람들이라니!
열정만큼 한국어 실력도 뛰어났다.
감격을 넘어 감사하기까지..
정해진 시간을 넘어서까지 계속되었지만
누구 하나 흐트러짐 없이 집중하는 모습에
나도 자극받아
더더더 불끈하게 되었다.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수업은 마무리가 되었지만
나의 흥분은
집에 도착할 때까지도 사라지지 않더라.
몇 년을 방황하고
몇 년을 준비한 게
바로 오늘 마침표를 찍고 끝이 난 셈이다.
그리고
다시 줄을 바꿔 한 칸을 띄고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드디어 나 다시 살아나는구나.
기어코 살아내는구나.
하늘이 나를 도울 수밖에 없도록 나는 나를 도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