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 오브 스토리 : 미완성의 저

프롤로그 – 그녀는 단 한 번도 끝까지 써본 적이 없다

by sama


“또, 중간에 멈췄네…”


미나는 노트북을 덮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화면에는 89,276자. 분명 이번엔 끝까지 써보겠다고 다짐했는데, 마지막 장면에 손이 닿지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 결말이 다가오면 마음이 얼어붙는다. 이유는 스스로도 잘 모른다.


책상 옆엔 그녀가 지금껏 썼다 포기한 소설 원고 파일들이 즐비했다.

「달 없는 밤의 뱀파이어」, 「계약 결혼 마법사」, 「회귀한 여왕은 은퇴를 꿈꾼다」, 「이세계 정령왕의 신부」, 「멸망 후의 동화」…


타이틀만 보면 어지간한 출판사 편집자는 귀를 쫑긋 세우겠지만, 정작 내용은 미완성 투성이.

엔딩이 없는 이야기들은 무언가 풀리지 않은 악몽처럼 그녀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언젠간 꼭, 다 끝내줄 거야.”


그 말도 벌써 몇 년째였다.



그날 밤, 미나는 조금 늦은 시간에 알바를 마치고 돌아왔다.

자취방 문을 열자, 무언가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방 안은 평소처럼 어질러져 있었지만, 책장이—

그녀가 늘 곁에 두었던, 그리고 이제는 먼지 쌓인 전래동화들과 이솝우화가 꽂힌 그 책장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설마, 환각인가?”


눈을 비벼도 빛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순간,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책 한 권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달 없는 밤의 뱀파이어」. 가장 애정을 가지고 완성하고싶던 이야기였다.


미나가 책을 주워들자마자,

—촤아아아악.

책에서 마치 물결이 이는 듯한 푸른 빛이 일렁이며 공기를 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간이 갈라졌다.

정확히는, 책장 뒤에 있던 벽이 조용히 열리며, 그 너머로 보이지 않던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게이트…?”


그 단어가 왜 떠올랐는지, 그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느껴졌다.


저 문 너머에는, 그녀가 끝내지 못한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그곳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단 한 줄도 쓰지 못한 그녀의 소설은,

단 한 명도 완성하지 못한 그녀의 캐릭터들은,

단 하나도 마무리하지 못한 그녀의 엔딩은,


직접 써야만 끝날 수 있게 된다.



“환영합니다, 작가님.”


조용한 속삭임과 함께, 누군가의 음성이 귓가에 울렸다.

그 순간, 그녀의 눈 앞에 ‘시작된 이야기’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달 없는 밤의 뱀파이어》 – 던전 난이도: 하 / 상태: 미완성 / 엔딩 필요


그리고 하얀 문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