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해석>꿈, 오직 나만 아는 내 무의식의 알고리즘

프로이트<꿈의 해석>

by 오늘

무의미해 보이는 꿈조차 의미로 가득 차 있다.

꿈을 해석한다는 것은

그 의미를 삶의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다.

나는 고작 얼마전까지 모든 잠에는 꿈이 있는 줄 알았다. 만취해서 곯아떨어진 잠이 아니고서야, 거의 모든 밤에 꿈을 꾸었고 그 꿈이 깨고 나서도 생생하게 기억이 났으니까. 어느날 친구와 이야기 하다가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서로 이야기하지 않고서는 절대 존재를 증명할 수 없는 것, 꿈.

그 꿈을 해석한 책을 읽어 보았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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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좀 배웠다 하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이름, 지그문트 프로이트. 심리학 전공인 내가 학부시절 가장 처음 외운 것도 프로이트의 영문 표기였다. Freud,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이 책은 졸업하고 얼마 안되어서 구매했다. 못 살린 전공에 대한 미련이기도 했고, 심리학 전공자니까 프로이트 관련책은 하나 갖고 싶은 지적 허영심에 의한 소유욕이었다. 그리고 십수년이 지나도록 펴지 않았다.


이 책을 완독한 건 최근의 일이다. 최근 들어 자꾸 회사에 출근하는 꿈을 꾸거나 어딘가에 지각하는 꿈을 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래도록 봉인해두었던 표지부터 심오한 이 책을 펼쳐 보게 되었다.


무의미해 보이는 꿈조차 의미로 가득 차 있다.
꿈을 해석한다는 것은
그 의미를 삶의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다.

책의 첫 장을 펼치면 위와 같은 문장이 적혀있었다. 세상에, 세상만물 삼라만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나에게는 굉장히 솔깃한 문장이다. 무의미해 보이는, 두서없고 맥락없는 꿈조차도 의미로 가득 차 있다니. 그럼 나의 이 꿈에는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프로이트는 '꿈'을 무의식의 소망충족에 대한 표현이라고 얘기한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심리를 빙산에 비유했는데, 이 빙산의 구조는 의식, 전의식, 무의식으로 이뤄져 있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있듯이, 수면 위에 보이는 빙산의 부분은 아주 작은데 이 것이 의식의 모습에 비유되곤 한다.

의식 : 지금 이 순간 내가 인식하고 있는 생각과 감정으로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


전의식 : 지금은 의식하고 있지 않지만 집중하면 떠올릴 수 있는 것, 예를 들면 친구의 전화번호 같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빙산의 수면 바로 아래에 해당하는 감정이나 생각.


무의식 : 의식적으로 접근할 수 없지만, 행동과 감정에 영향을 주는 심리적 요소로 억압된 기억이나 원초적인 욕구, 충동 같은 것들. 가장 깊은 빙산의 심연 같은 부분.

이 중 무의식의 소망충족의 표현이 꿈이고, 심리적 검열을 통해 그 꿈의 내용이 조절되거나 기억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런데 내 꿈은 대부분 지각을 하거나, 길을 잘 못 들거나, 일에 치여 허덕이는 꿈들인데 이게 내 소망이라고...? 그런 생각을 하던 와중 재미있는 해석을 보았다. 실패한 경험에 대한 내용은 꿈에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것. 시험을 망친 사람은 OMR 카드를 밀려쓰거나 시험장을 잘 못 찾는 꿈을 꿀 확률이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무사히 그 상황을 견뎌낸 사람이나 그 상황을 마주하기 전인 사람에게만 그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꿈에서 그런 상황들이 나오는 거라고.

생각해보니 그럴싸하다.

태몽도 아기를 갖고 나서는 꾸지 않는다. 원하고 준비하던 사람들이 소망하는 것을 갈망해서 꾸는 꿈이 아닌가?

그런데 읽다 보니 좀 의문이 생긴다.

꿈은 오직 나만 아는 것이다. 아니 심지어 나조차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런 꿈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지?


프로이트도 얘기한다. 꿈을 꾼 당사자가 꿈의 배후에 있는 무의식적 사고를 알려주지 않으면 그 사람의 꿈을 해석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맞는 말이다. 얼마든지 사회적 체면에 의해 조작하고, 포장해서 말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이트는 재차 꿈에 대해 물어보면서 바뀌는 단어라던지 문장에 대해 주목해서 무의식을 분석한다고 한다. 그런데 프로이트 선생님, 너무 불안감을 신경증적인 측면에서 성적 욕구로 해석하시면 제가 내담자라면 편하게 얘기 못할 거 같아요....



회사를 퇴사하기 전 까지 나는 매일 같이 꿈을 꾸었다. 급하게 떨어진 복잡한 자료를 '퀵하게' 만들기 위해 엑셀이며 PPT며 분주하게 쳐대는, 현실과 다르지 않은 꿈이었다. 스마트 워치의 수면점수는 학교로 치면 낙제점이었다. 그런 현실과 구분할 수 없는 일명 마이크로 오피스 지옥에서 벗어난 것은 희망퇴직을 신청하고 난 직후였다. 그리고 오래도록 (믿을 수 없게도) 꿈이 없는 잠을 자다가, 최근들어 다시 꿈에서 회사를 출근하기 시작했다. 실업급여 지급일 마감이 다가오고 있는 시점이었다. 나의 무의식은 어쩌면 경제활동을 하는 나를 꽤나 괜찮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걸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말할 수는 없었다. 마치 내 선택이 잘못되어서 후회하는 것 처럼 비춰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렇듯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나의 무의식으로 이뤄진 흥미로운 나만의 알고리즘. 구독료 없이 무제한 공급되는 맞춤형 콘텐츠 공급원인 나의 꿈. 이 꿈을 스스로 솔직히 해석하다보면 내 마음을 정확히 알게 되는 날이 오겠지. 그런데 가끔은 모르는 게 약인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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