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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정 Nov 08. 2024

자판기커피

대학교에 다닐 때 15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자주 먹곤 했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커피숍이 많지도 않았고 돈도 없었고, 돈이 있더라도 밥이나 술이 더 고팠던 때였으니.
커피숍은 미팅이 있거나, 특별한 날 파르페 같은 메뉴나 먹으러 가던 곳이었다.
그에 반해 자판기는 대학 건물 어디든 있었다.
층마다 몇 대씩 있기도 했으니 말이다.


자판기 커피를 먹기 위해서 동전은 필수였다.
지갑에는 항상 동전 몇 개가 들어있었다.
점심 먹고 나서 노곤노곤 잠이 올 때, 친구들과 수다 떨고 싶을 때, 입이 심심할 때... 우리는 수시로 자판기 앞으로 갔다.
동전을 넣으면 딸깍 컵이 떨어지고 곧이어 쪼르르 뜨거운 물과 커피가루가 섞여 나와 달콤하고 부드러운 커피가 된다.
저 자판기 속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하면서 커피가 완성되는 과정을 작은 창 안으로 들여다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 큰 자판기 안에 진짜 사람이 앉아 누군가 동전을 넣으면 바로 커피를 타서 주는 게 아닐까 상상도 하면서 말이다.


자판기 속 재료를 채우고 청소하러 오시는 분들에 의해서 그런 상상은 사라졌지만 자판기 문이 열리면 그 속이 신기해서 구경하기도 했었다.
열어보면 별 것도 없는데 동전만 넣으면 그렇게 맛있는 커피가 딱 나오는 것이 참 기특한 기계다 생각하면서.


나의 최애는 밀크 커피였지만 가끔 친구와 블랙커피 한 잔 밀크커피 한 잔을 사서 이 컵, 저 컵으로 옮겨담으며  섞어서 먹기도 했다.
먹고 나면 입안이 텁텁해지는 그 자판기 커피가 그때는 참 따뜻하고 좋았다.
커피 자체가 좋았다기보다는 그때의 분위기가 따뜻하고 좋았던 것 같다.
오늘 아침 믹스커피 한잔을 타먹으며 갑자기 생각난 내 대학시절, 그때가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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