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by 수정

지금 생각해 봐도 꿈만 같은 여행이었다.

추석 연휴가 그렇게 길지 않았더라면, 다른 가족들의 배려가 없었더라면, 엄마와 우리 모두가 건강하지 않았더라면 떠나지 못했을 여행이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여운이 가시기 전에 글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우리의 여행 이야기를 마무리 짓게 되었다. 생생했던 기억도 어느새 조금씩 흐려져 여행지에서 찍었던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며 기억을 더듬어 글을 쓰기도 했다. 다시 한번 메모의 중요성과 남는 것은 사진뿐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동생과 나는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다음 여행을 위한 새로운 적금을 개설했다. 언제가 될지, 어디로 갈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못했다. 지난 설에 친정에 모였을 때 언급된 다음 여행의 후보지는 미국, 호주, 싱가포르였는데 아마도 그중 하나가 될 듯싶다.


지금까지 모녀 여행은 동생의 주도하에 이뤄졌는데, 다음번 여행은 나에게 전권을 위임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여행을 준비하며 고생한 동생을 생각하면 다음 여행은 내가 준비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갑자기 겁이 나고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이만큼 살았어도 여전히 내성적이고 소심한 나를 어쩌면 좋을까…) 그래도 뭐 어떻게든 되겠지. 아직은 시간이 남아 있으니 차분히 생각해 보며 계획을 세워봐야겠다.


한편으로는 내가 주도적으로 여행 일정을 짜고 계획을 세우다 보면 더 오래 기억에 남고 의미도 남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목적지도, 일정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설레고 기대되는 우리의 다음 여행을 위해 돈도, 체력도, 영어 실력도 차곡차곡 비축해 두어야겠다.


마지막으로 특별할 것 없는 세 모녀의 스페인 여행기를 읽어주신 독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아무쪼록 이 글이 스페인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모든 분들의 여행이 안전하고 행복하길 바라며, 아디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