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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송 Aug 28. 2024

공리로부터의 공간

소위 말하는 위대한 사람,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대부분 자신의 신념이 가미된 주체적 행위를 강조하는 것 같다.

그러나 주체적 행위 자체가 존재하는가에 대하여 의문이 든다.

우리 이전의 시대에 살았던 인간들, 지금의 우리들, 미래의 인간들 모두

그저 윤회 또는 회귀의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의 삶의 근거는 어디로부터 오는가?

도무지 답할 수 없는 질문이지만, 끝없이 되물어야만 하는 부조리 속에서

도대체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간단한 예시로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위대한 사람들이 강조하는 주체적 행위가,

그저 연속적인 시간으로부터 파생된 결과가 아니라는 사실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

과연 주체적인 행위라는 말 자체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인가?

만약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들은 운명론을 주체적 행위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믿는 가톨릭교회에서 말하는 자유의지, '신비'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그 오묘한 단어가 가지는

그 깊은 부조리함에 대하여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갈증을 느낀다.

수학적 논리를 제외한다면 우리의 이성 또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

인간의 자유의지는 도대체 무엇으로부터의 자유의지이며, 우리의 의지는 자유라는 단어와 결부되는 것인가?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인간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다.

찾을 수 없음을 인정해버리고 씁쓸한 미소를 띠는 것 자체가 답이 아니라고 가정한다면,

인간은 절대로 죽을 때까지 답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유클리드 기하학에서, 유클리드 공간을 정의하기 위해서는 공리가 정의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공리가 정의되어야 공간이 정의되는 것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어떠한 공간에 대하여 이 공간이 유클리드 공간인지 판별하기 위해서,

정의된 공리가 필요하므로 공리에 대한 정의가 공간의 존재보다 앞서게 된다.

공간이 정의되고 그 공간에서 공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공리들 간의 연역적 추론에 대한 논제는 다루지 않겠다.)

즉, 어떠한 공간의 존재성의 판단 근거는 미리 정의된 공리로부터 파생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어떠한 공간 속에 속해서 살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우리의 공간을 정의 내려 줄,

어떠한 공리가 존재할 것이며, 이 존재로부터 인간 세계의 존재가 파생된다.

(그것이 진리인지는 모르겠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우리 자신 존재를 이해 하는 데 있어서, 어떤 기본적인 원칙이 '먼저' 필요하다.

그 세계에 속한 우리 인간들,

어떠한 통념에 대하여 편 나누어 싸우고 있는 데에만 힘을 빼고 있는 인간들이,

자신의 이성에 대하여, 우리 세계의 존재성의 근거에 대하여,

이 모든 것들을 넘어서는 그 이상의 고귀한 것에 대하여 왜 비판하지 않는지 신기하다.

당장의 푸바오, 여성인권, 징병제 같은 주제들을 한 번에 아우를 수 있지 않은가?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행위가 얼마나 자신의 의지에 의한 거인지,

아니면 사회적, 역사적 조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인지 당신들은 아는가?

무엇을 근거로 자신의 이성을 믿는가?

어떠한 근거로 하나의 주장을 당당하게 내비치는가?

당신의 이성 또한 그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산물 일 수 있음을,

원래 그렇게 될 운명이었을 수도 있음을 간과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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